매죽은 국화, 난초와 더불어 조선시대 선비의 풍취와 절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상징물이었다.

선비의 시화와 의.식.주 관련 용구문양에서 매죽은 자주 엿보이고 있다.

매죽이 있는 곳에 조선의 정신이 있는 셈이다.

도자기도 마찬가지다.

조선시대에 들어오면서 매죽문이 도자에 시도된다.

어떤 학자는 조선시대의 백자가 중국 도자양식을 따르다가 한국화되는
과도기적인 형태가 바로 이 매죽에 의해 나타난다고 밝히고 있다.

청화백자 매죽문 항아리(국보 219호. 호암미술관 소장)는 15세기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조선초기 백자다.

높이 39.9cm, 입지름 15.6cm, 밑지름 18.2cm로 어깨가 풍만하고 화려한
문양이 담겨 있다.

여기에 새겨진 매화와 대나무는 아주 정교하다.

붓놀림이 사실적이고 회화적이어서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이 무늬를 새긴 사람은 물론 도화서출신의 화원이었을 것이다.

매화는 약간 어두운 청화색인 반면 대나무는 밝은 편이어서 의도적으로
청화색을 달리 사용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물론 어깨부위와 밑부분의 연화문은 원나라 도자기에서 흔히 보이는 것으로
완전하게 중국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있기는 하다.

이 도자기는 지난해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나들이를 가 세계의
도자애호가들이 감탄하기도 했다.

< 오춘호 기자 ohc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