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고소영이 김혜수, 신은경 등 5명의 빅 모델과 톱탤런트를
눌렀다(?)"

국산토종의 청바지 브랜드 닉스(Nix)와 미국의 게스(Guess)가 화끈한
광고전으로 한판 승부를 겨룬후 패션업계에 퍼진 소문이다.

(주)닉스(닉스 브랜드)와 (주)일경통산(게스 브랜드)은 지난 2월초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각 신문에 전면광고를 게재하며 대대적인 신상품 광고공세를
펼쳤다.

이들 업체의 광고 싸움은 신세대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톱탤런트와
모델을 내세웠다는 점과 패션진으로는 보기 드물게 신문을 매체로 삼았다는
점에서 시선을 끌었다.

광고전에서 한발 앞서 나간 닉스는 고소영을 모델로 내세워 "뉴벨핏"
(일명 고소영 진)이라는 신상품을 선보였다.

사전조사를 통해 여성들이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을 찾았으며 그 결과
압도적 지지로 고소영이 선정됐다.

당시 닉스측은 그동안의 브랜드 이미지가 남성전용 또는 유니섹스 느낌이
강해 여성고객 비중이 적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게스는 기선을 제압하려는 닉스에 빅모델 여러명을 한꺼번에 내세우는
매머드급 정면공세로 맞섰다.

주력 홍보 상품은 프리미엄진.

밀레니엄 기념 전략상품으로 남녀용으로 각각 1999장만 만들었다는
희소성을 앞세웠다.

게스측은 연예인 중에서도 패션리더로 꼽히는 5명의 빅 모델(김혜수 신은경
이소라 김남주 박지원)을 선정, 닉스의 자존심을 누르려 했다.

게스 광고는 자사 상품만 홍보하기보다 모델에 따라 게스 프리미엄진과
명품급 브랜드의 옷을 자유자재로 코디한 모습을 보여줘 이색적 패션광고
였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두 업체의 광고싸움은 톱모델 경쟁이라는 점 외에도 매체를 신문으로
정했다는 사실에서 화제를 모았다.

패션 브랜드는 이미지를 중시하기 때문에 자사 제품과 타깃이 맞는
대중잡지에 광고하는 것을 정석처럼 여겨왔다.

닉스의 박기일 마케팅실장은 바로 그같은 기존관념을 뒤집어 보려는
전략이었다고 말한다.

또 단시간에 붐을 일으키기에는 신문 광고가 적합하다는 판단과 최근
젊은이들이 신문의 경제면을 열독한다는 자체조사에 용기를 얻어 이같은
전략을 시도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광고전쟁이 시작된지 1백일이 더 지난 지금 결과는 닉스가 간발의
차이지만 게스를 따라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내내 게스에 눌려왔던 닉스가 대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닉스는 4월 한달간 매출이 지난해 동기대비 35%나 늘어나면서 50여개
매장에서 무려 28억원을 벌어 들였다.

반면 게스는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닉스에 뒤졌다는 외부의
평가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고소영이 입고 나왔던 뉴벨핏진은 광고후 3개월동안 1만여장이 팔린데 이어
지금도 하루에 1백장 이상이 팔려 나갈만큼 인기가 식을줄 모르고 있다.

뉴벨핏진에 맞섰던 게스 프리미엄진은 한정판매라는 독특한 전략을 앞세워
생산제품중 90% 이상을 팔았지만 "고소영진"의 인기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
이었다는게 패션가의 지배적 의견이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