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라는 타이틀은 영예인 동시에 부담이다.

봄개편에서 MBC 뉴스데스크 여성앵커로 발탁된 김은혜(29) 앵커에겐 더욱
그렇다.

최초의 여기자 출신 9시뉴스 메인앵커.

93년 입사한 후 수많은 기록을 세우며 달려왔다.

여기자로 경찰서를 2년 넘게 출입한 것도, 정당을 출입한 것도 그가
처음이었다.

지존파 사건같은 초대형 특종도 여럿 터뜨렸다.

뉴스진행에서 여자 아나운서들이 사실상 보조역할에 머물렀던 만큼 그에게
걸린 안팎의 기대는 크다.

"역사를 새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데 따르는 긴장감이 생각한 것
이상이예요. 살이 저절로 죽죽 빠질 정도니까요"

하지만 6년여간의 취재경험은 뉴스진행에서 든든한 뒷받침이 된다.

기사에 대한 감각부터 다르다.

순발력도 탁월하다.

기자로 갈고닦은 기량은 방송중간에도 들어오는 기사의 내용과 가치를
재빨리 판단해 전달하는데서 빛을 발한다.

"앵커라면 뉴스에 시청자들의 귀가 쫑긋 세워지도록 리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뢰감을 주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줘야지요. 최대로 정제된
단어만으로 가장 적절한 뉘앙스를 전달하는 절제의 미학으로 승부하고
싶습니다"

물론 좋은 평가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아나운서들의 매끄럽고 세련된 뉴스진행에 익숙해진 시청자들 사이에
상대적으로 낮고 굵은 목소리와 다소 딱딱한 진행이 불만이라는 소리도 적지
않다.

"단점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그 단점을 뛰어넘는 강점이 있기에 이
자리에 앉게 되었다고 보아 주셨으면 합니다. 첫타석 홈런을 꿈꾸지도
않아요. 다만 새로운 영역 개척에 나선 이상 선구자로, 또 프로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노력해야지요"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