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내의 유명한 한 펀드매니저로부터 최근 주가에 대해 강론을
들었다.

그는 마치 손금을 보듯 주가에 대해 막힘없이 전후사정을 설명하고 분석해
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결론 부분이 너무 짧았다.

미래를 어찌 확실하게 알겠느냐는 것이 그의 해명이었다.

한국에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참 적다.

예측능력의 부족이 외환위기의 한 요인이었건만 아직도 3~10년을 내다보는
경제 예측기상도가 변변치 않은 것도 이런 이유인 것같다.

어제는 마침 5.18 기념일이었다.

아픈 과거를 반성하는 기회로 이처럼 소중한 날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행사처럼 오래 지속되고 주목받는 미래지향적 행사는 드문
것같다.

과거를 회상하고 기념하는 데 쏟아붓는 정력의 절반만이라도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키우는데 할애한다면 우린 더 빨리 선진국 부자나라가
됐을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미래예측능력이란 갈고닦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다.

예컨대 훈련을 받지 않은 학생들에게 말다툼하는 그림을 보여준 뒤 한 그룹
에는 말다툼하기 이전 상황을, 또다른 그룹에는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엮어보라 하면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

두가지 경우 모두 상상력을 발휘하긴 마찬가진데 미래쪽 얘기가 상대적으로
아주 미숙하다는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상상력이 과거를 상상하는 것보다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훈련을 거치면 양쪽 모두 상당히 그럴 듯한 얘기를 엮어 낸다.

이를 의식한 능동적 교육 덕분인지 미국에는 과거를 보듯 먼 미래를
조망하는 석학들이 적지 않다.

레스터 서로 MIT대 교수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로버트 앨리버 시카고대
교수 같은 이들이 그렇다.

이들은 신통하게도 수년에서 수십년 앞의 일을 내다봤다.

우리에게도 이런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다.

3~4년 후면 현재 한국의 핵심산업들이 모두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전망도
있고 보면 더욱 그렇다.

전체 인구중에서 차지하는 박사의 비율이 세계 최고수준인 한국이고 보면
못해낼 이유도 없을 것같다.

주입식 교육 속에 꿀먹은 벙어리로 키워지는 아이들의 말문을 터주고 이론에
편향된 지식인들에게 현실체험의 기회를 더 많이 주며 지식사회 내 상호비판
과 경쟁의 도를 부쩍 더 높이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 신동욱 전문위원.경영학박사 shind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