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합동법률사무소의 김선수(38) 변호사는 노동자의 대변인으로 통한다.

노동자들이 당한 불법해고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을
전문으로 맡고 있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을 힘없고 돈없는 사람이 아니라 경제발전의 한 축으로
당당히 인정해 주는 변호사로 그를 신뢰하고 있다.

김 변호사가 노동전문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배경엔 대학시절이 있다.

대학재학중인 81년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징집을 당했다.

이른바 386세대의 아픔을 체험한 셈이다.

군 생활은 그의 사고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전문법조인으로 노동현장에서 뭔가 할일을 찾자는 생각이 든 것도 이때다.

사법연수원 졸업과 동시에 노동변호사의 길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얼마전 동양시멘트를 상대로 한 "종업원 지위확인" 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
은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노동전문변호사로서 보람을 느끼게 한 사건이다.

법원은 외환위기를 이유로 신입사원을 뽑아놓고도 채용을 취소한 동양시멘트
에게 이들을 정식사원으로 인정하라고 판결했다.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외환위기를 핑계로 마구잡이로 구조조정을 하는
사용자측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메시지라고 풀이한다.

그는 그러나 상급심에서 판결이 바뀔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노동판례가 다소 보수적인게 현실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는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임을 스스로 다짐해 본다.

현대전자에 입사했다가 채용이 보류된 2백명이 제기한 소송도 김 변호사가
맡고 있다.

그는 이번 판결이 현대전자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88년에 서울대병원의 노조원 1천여명이 낸 집단소송도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86년부터 3년간 받지 못한 야간수당 휴일수당 등을 청구하는 소송이었다.

재판은 그와 노조원들의 승리로 판가름났다.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다.

이 소송을 계기로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졌기 때문이다.

노조가 설립되던 87년 이전에는 대부분 사업장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않았다.

그는 최근의 노사관계에 대해 답답하다는 심정을 털어놓는다.

근로자 협력없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데도 정부와 사용자측이
일방적으로 근로자를 밀어붙이는 인상이라는 것이다.

이로인해 노사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리해고가 기업 경영에 당장 도움이 될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노사관계나
위기극복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게 그의 경험칙상 나온 결론이다.

노동자들이 당장은 살기위해 침묵할 뿐이며 언젠가 내재된 불만을 터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충고한다.

경제위기일수록 근로자 우선정책이 필요하다는 역설이다.

구조조정의 최후 수단이 정리해고라는 평범한 진리를 잊어버려서는 안된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법원이 다소 보수적이어서 소송에서 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동법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노동법은 근로자와 사용자간의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특별법으로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란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서울대병원 서울은행 주택은행 포철 등 10여개사 노조의 고문
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노조의 경영참여가 어떤 형태로든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노사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사라질 것"이라며 나름대로의 노사분쟁 해답을 제시했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특별취재팀 = 최필규 산업1부장(팀장)/
김정호 채자영 강현철 이익원 권영설 이심기(산업1부)
노혜령(산업2부) 김문권(사회1부) 육동인(사회2부)
윤성민(유통부) 김태철(증권부) 류성(정보통신부)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