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부채축소(De-Leverage)혁명"중이다.

기업들은 너나할 것없이 금융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빚을 줄이는데 여념이
없다.

특히 올해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 밑으로 낮추어야하는 대기업 집단들은
"비싼" 은행빚을 갚느라 경쟁적으로 주식시장에서 "값싼" 자금을 끌어가고
있다.

수익성 위주로의 경영체제 전환이 몰고온 "디레버리지혁명"이다다.

올들어 주가가 순풍에 돛단듯 오름세를 타 디레버리지혁명은 순조롭게
진행돼 왔다.

4월까지 주식발행이 9조1천억원에 달했으나 물량부담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부채축소->이자비용 감소->회사이익 증가->주가 추가상승이라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종합주가지수는 마침내 5월10일에 대망의 800 고지에 우뚝 올라섰다.

"주식발행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이라는 정책은 이 때까지만 해도 대성공
이었다.

문제는 증권시장이 싼 자금을 한없이 대주는 화수분이 아니라는 점이다.

적절한 유상증자는 증시에 재료가 된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증자는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어 결국에는 증자 그
자체를 어렵게 한다.

5월들어 증자를 하겠다는 기업들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단번에 3백37%의 유상증자를 하려는 기업이 있는가하면 3천7백억원 자본금
을 올해안에 2조원으로 늘리겠다는 기업도 있다.

1년새 증자를 세차례나 단행한 사례도 있다.

6월 한달에만 7조원이 넘는 유상증자가 이뤄지고 연간으로는 그 규모가
4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들이 앞다퉈 증자에 나서는데는 "유상증자는 공짜"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면 이자를 지급해야 하나 증자는
그런 부담이 없다.

하지만 증자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과도하게 이뤄진 증자는 값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자본금이 늘어나면 그만큼 기업의 자본효율이 떨어지고 경영방어 비용도
늘어난다.

게다가 증자->주가하락->증시기능부전이라는 악순환이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지난 89년 주식발행금액이 GNP(국민총생산)의 10%에 달하자 주가는 90년
부터 3년간 미끄럼을 탔다.

주식발행도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11일부터 4일간 종합주가지수가 76포인트나 폭락한 것도 마찬가지다.

황금알에 눈멀어 하루에 2~3개씩 빼내려다 거위마저 죽게 하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자율조정"을 해야 한다.

< 홍찬선 기자 hc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