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꿈틀대는 곡선과 정열적이고 우아한 적갈색 톤으로 유명한
페이즐리 문양.

모직물의 본고장인 영국 스코틀랜드의 작은 시에서 이름을 따온 이 패턴을
유럽 클래식을 대표하는 문양으로 자리잡게 한 공로자는 이탈리아 브랜드
에트로다.

밀라노에 본거지를 둔 에트로는 전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각종 직물과
프린트 천을 제공하는 옷감 전문 메이커로 출발했다.

직물 업체로 이름을 날리던 에트로가 국제 패션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1975년.

이 브랜드의 창시자인 짐모 에트로가 페이즐리 문양을 접하면서 부터다.

고풍스런 캐시미어 숄을 수집하면서 페이즐리 문양의 매력에 사로잡힌
짐모 에트로는 옛날의 아름다움을 다시 재현하겠다고 마음먹었고 곧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로 침구 등의 홈컬렉션과 숄을 제작했다.

섬세한 선을 능숙하게 집어넣은 정밀한 문양이 에트로 숄의 특징이지만
그보다 더욱 에트로다움을 보여주는 것은 염색방법이다.

한번 염색한 천을 한 색깔씩 탈색시키면서 다른 색을 더해 가는 탈염법의
테크닉이 바로 그것이다.

이 탈염법은 주변색과 겹치지 않고 섬세한 선과 부드러운 촉감을 창출해내는
동시에 그림의 형태에 음영이 생기게 한다.

에트로의 숄이나 스카프가 마치 정밀한 쟈카드 직물처럼 촉촉한 느낌을 주는
것은 이같은 염색방법 덕이다.

1983년 에트로는 이 숄의 방직 기술과 염색법을 의류 생산에 접목, 패션계에
커다란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때부터 에트로와 페이즐리 문양은 유럽 상류사회 패션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에트로는 현재 의류뿐만 아니라 가방 벨트 향수 등을 취급하는 토탈
패션브랜드로 성장, 세계각지에서 활발한 영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시장에는 (주)듀오를 통해 94년 첫 선을 보였으며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과 무역센타점, 갤러리아 백화점 압구정점, 롯데백화점 본점, 하얏트호텔
아케이드 등에 매장을 운영중이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