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한 시대의 예술과 문화를 담은 그릇이다.

살아있는 인간들과 부대끼며 교감을 나눴기에 생생한 삶의 자취와 문화적
향기가 구석구석 배어난다.

전시공간을 빌려서만 존재하는 "박제된 예술"과는 또다른 "종합 공간 예술"
로 불리는 것도 그래서다.

다큐멘터리 전문채널 CTN(채널29)은 오는 14일부터 매달 한편씩 한국 건축의
거장들과 그 대표작을 살펴보는 "한국의 건축가"시리즈를 선보인다.

건축문화의 해를 맞아 마련된 이번 시리즈는 암울한 근대사를 거치는 동안
전통성과 정체성을 잃었던 한국현대 건축사의 역사적 맥을 짚어보고 의미를
되새긴다.

1부(14일 오후 10시)는 한국현대 건축의 1세대로 인정받는 김수근
(1831~1986) 편으로 막을 올린다.

김수근은 60년대 서구 근대 건축을 토대로 한국 전통 건축미를 재창조하면서
한국 건축문화에 결정적인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 건축인.

59년 국회의사당 현상설계공모를 통해 혜성같이 등장했다.

시리즈에서는 김수근 초창기의 자유센터와 부여박물관을 비롯해 경동교회
청주박물관 80년대의 올림픽 주경기장, 벽산빌딩 등 건축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대표작들이 집중 소개된다.

2부, 3부에서는 정인국 김중업등 김수근과 더불어 황폐했던 한국 건축문화에
모더니즘의 씨앗을 뿌렸던 거장들의 건축세계를 차례로 조명한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