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염소 젖에서 다량의 백혈구 증식인자(G-CSF)를 생산해낸 것은 "살아있는
의약품 생산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것을 의미한다.

화학적 방법으로는 생산할 수 없는 값비싼 단백질 제제 의약품을 생명공학을
통해 대량 생산하는 길이 마침내 열린 것이다.

이번 성과는 또 국내 생명과학 기초연구가 실용화단계로 접어드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 G-CSF의 생산과정 =메디 흑염소는 KAIST 유욱준 교수 등이 지난해
형질전환 기법으로 만들어냈다.

흑염소 수정란에 사람의 G-CSF 유전자를 삽입시킨 뒤 이를 흑염소에
임신시켜 메디를 출산시킨 것이다.

메디 흑염소가 암컷 새끼를 낳은 뒤 분비한 젖에는 리터당 0.1g의 G-CSF가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경제적 파급효과 =현재 국내에서 백혈병 등의 치료과정에 널리 쓰이는
G-CSF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오고 있다.

그러나 기존 G-CSF는 사람의 백혈구 증식인자와는 다소 다른 구조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가격도 1회 주사비가 26만원정도 든다.

또 g당 소매가격이 9억원인 고가 의약품으로 세계시장규모가 연간 14억달러
에 이른다.

유 교수팀은 이번에 생산해낸 G-CSF의 경우 사람의 G-CSF와 구조가 같고
가격도 기존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해 경제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대량생산될 경우 연간 1백5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유 교수팀의 설명.

유 교수팀은 이 기술을 한미약품에 넘겨줘 빠르면 오는 2003년부터 대량생산
에 들어가기로 했다.

유 교수팀은 또 조혈제(EPO)나 인터페론과 같은 단백질 의약품 생산에 나서
연 35조원 규모인 세계 단백질 의약품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 국내외 연구현황 =선진국에서도 형질전환동물을 통해 고부가가치
생리활성 물질을 생산한 적은 있으나 아직 상업화한 사례는 없다.

영국 PPL사가 형질전환 양을 이용한 암치료제 알파 안티트립신, 미국 젠자임
트랜스제닉사가 혈전치료제 앤티 트롬빈 등을 임상실험하고 있는 상태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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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G-CSF란 = 인체내에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생리활성물질로 백혈구 성장및
분화를 촉진시키는 단백질이다.

백혈병이나 빈혈 등의 치료과정에 수반되는 백혈구 감소를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고가의 의약품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