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대중속으로''

미국 미술계에서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일고 있다.

미술애호가들의 저변을 넓히려면 일반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판단
에서다.

최근 뉴욕 지하철 일부노선의 벽면에는 광고판 대신 "미술작품"이 걸렸다.

카툰아티스트인 사이몬 그레난과 크리스토퍼 스퍼란디오의 "보이지 않는
도시(The Invisible City)" 시리즈.

야간 근로자들의 삶을 주제로 한 작품 1천1백40점이 벽면을 장식했다.

뉴욕시내를 누비는 지히철 1천량이 "이동 미술 전시장"으로 변모한 것.

지하철역안에 미술품을 전시하는 경우는 많지만 지하철 객차자체를 전시공간
으로 사용한 전례는 찾기 힘들다.

뉴욕의 비영리 예술 재단인 "퍼블릭 아트 펀드"가 주관한 이번 "지하철
전시회"는 기획단계부터 철저히 "대중"을 타깃으로 했다.

신문광고를 통해 작품소재를 공모했다.

환경미화원 술집웨이터 경비 지하철 직원등 수많은 부류의 야간 근로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응모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이 제작됐다.

전시회를 기획한 톰 이클레스(퍼블릭 아트펀드 디렉터)는 "만화예술은 블루
칼라에게도 친숙한 장르"라며 "지하철 전시라는 획기적인 이벤트를 통해 많은
이들이 미술에 대한 부담감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관시간 파괴"도 화제다.

지난 1월부터 "반고흐전"을 열어온 로스앤젤레스의 LA카운티미술관은 전시를
"주말 올-나잇"으로 마무리한다.

오는 14일(금요일) 오전9시부터 16일(일요일)밤 12시까지 총 63시간동안
연속 전시다.

티켓가격도 평일 17달러50센트,주말 20달러(어른기준)이던 것을 자정부터
오전 7시까지는 10달러로 깎아준다.

야간 관람객들은 또 미술관내 "클럽 반고흐"에서 조촐하지만 흥겨운 칵테일
파티를 즐길 수 있다.

평일 개관시간도 변경했다.

보통 미술관 개관시간은 오전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지만 이 미술관은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다.

금요일에는 한시간 더 연장한다.

직장인들이 일과후 느긋하게 미술관을 찾을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설문조사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편리한 시간대를 찾아낸 것.

미술관으로 일반인을 끌어들일 "미끼공간"을 확장하는 것도 유행이다.

LA에서 보행자들이 많기로 손꼽히는 월셔가에 위치한 아만드 해어 미술관.

이 미술관의 입구는 번화가를 바로 마주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예술적"인
모습으로 위압감을 줬었다.

하지만 올봄 1천만달러를 들인 리노베이션에서 미술관 2층에 자리했던
서점을 입구로 전진 배치했다.

서점을 찾은 손님들이 이왕 들린 김에 미술관까지 둘러볼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

또 미술관 뜰에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들이고 3백석 규모의 강당을
일반에 대여하는등 미술에 관심없는 이들의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중에게 가까이 가려는 미술계의 노력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