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내세울게 없는데 이렇게 훌륭한 상을 주니 뭐라 감사의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먼저 세상을 뜬 남편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8일 제27회 어버이날을 맞아 장한 어버이로 선정돼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는
오흥례(82.충남 천안 성정동)씨는 생각지도 못한 영광이라며 눈시울을
글썽였다.

비교적 순탄했던 오씨의 삶에 역경이 깃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61년.

경주에서 관광회사를 운영하던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고 그 후유증으로
세상을 등지면서부터였다.

남편이 남긴 것이라고는 가난과 어린 6남매뿐.

살길이 막막해진 오씨는 그 길로 천안 공설시장의 떡장수 행상으로 나섰다.

시장 한복판에서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을 맞아 손발이 동상에 걸리기도
했고 때로는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고난이 몰려들기도 했다.

그때마다 오씨를 지탱해준 것은 오로지 자식 교육에 대한 열정이었다.

아이들에게 "웃으며 부지런히 바르게 살자"는 가훈을 심어줬지만 실상
그것은 자꾸만 연약해지는 자신에 대한 다짐이나 다름없었다.

"자식들이 편모슬하에서 자라면서도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착하게 잘 자라
준 데 대해 늘 감사하고 있지요"

그 덕분일까.

장남 이희평은 산업포장과 1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한 벨금속공업을 경영하는
기업가로 키웠고 차남 종언은 국립 천안공업대학장으로, 삼남 종원은 김천
대학 교수로 자리를 잡았다.

세 딸도 어려운 생활속에서도 무사히 학업을 마치고 모두 출가했다.

오씨는 "현재의 삶이 고생스럽더라도 남에게 나쁜짓 않고 착하게 살면
자손들은 반드시 잘 된다"며 항상 착하게 살아 갈 것을 생활신조로 삼고
있다.

< 천안 = 이계주 기자 leeru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