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이 이젠 해외로 뛰기 시작했다.

구조조정과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동안 해외 업무에
신경을 쓰지 못하던 총수들이 구조조정 방안이 확정되고 빅딜이 마무리 단계
에 들어서자 본격적인 "해외 챙기기"에 들어간 것이다.

내수 경기의 호전이 아직 여의치 않은 것도 총수들의 눈길을 해외로 돌리게
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5박6일간의 유럽출장을 마치고 7일 귀국했다.

정 회장은 독일에 머물며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
의 현대 및 기아 대리점 사장들과 수출 확대방안을 논의했다.

정 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프랑크푸르트의 현대차 출고장을 찾아 재고
수출차량의 현황을 점검하고 물류개선 방안 등에 대한 분석을 마치는 등
현장위주의 경영방침을 철저히 실천했다.

정 회장의 해외 출장은 현대의 자동차부문 경영을 맡은지 6개월만에
처음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달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1년 6개월만이다.

이 회장은 3주일간 일본에 머물며 일본 재계 및 학계 인사와 세계 경제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으며 현지 기술고문들과 간담회를 갖고 선진기술의
흐름을 파악했다.

김우중 회장도 지난달 외자유치 협상차 독일등 유럽국가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평소 1년의 절반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던 김 회장도 그동안 구조조정과
빅딜협상, 전경련 업무 등으로 거의 출장을 가지 못했었다.

구본무 LG 회장은 지난 6일 유럽으로 출국했다.

구 회장은 이번 유럽 방문에서 프랑스 AXA사측 관계자와 만나 대한생명
공동 인수를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네덜란드 필립스에 들러 LCD
(액정표시장치) 사업의 매각 또는 외자유치 협상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스위스 쉰들러사와 LG산전의 엘리베이터 사업 매각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손길승 SK 회장은 7일부터 동남아시아 사업장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손 회장은 3박4일간의 출장기간동안 베트남 SK상사 아주본부를 비롯해
싱가포르의 SK(주) SK해운 사무소를 방문할 예정이다.

8일에는 싱가포르 무역진흥위원회(TDB) 세미나에 참석한다.

김석원 쌍용 회장은 이달중 일본과 유럽을 방문한다.

일본에서는 시멘트 수입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그동안 끊겼던 시멘트 수출선
회복에 나설 예정이며 미국에서는 시멘트 수출 확대 방안을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재계의 부도옹" 정인영 한라 명예회장은 지난 3일 중국 상하이의 오피스
빌딩 준공식에 참석했다.

한때 1년에 2백일 이상씩 해외출장에 나섰던 정 명예회장이지만 지난 97년말
부도 이후 첫 공식출장이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