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없는 V자형 경기회복은 가능한가"

금리정책이 "당분간 현상유지"로 결론이 나면서 향후 경기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거리다.

회복국면에서 경기곡선의 기울기가 너무 낮아도 문제지만 너무 높아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경기가 지나치게 가파르게 상승하면 버블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완만한 V자형"이 가장 소망스럽지만 어느 순간 게걸음질치는 "√형"이나
급등락이 반복되는 "W형"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책당국은 V형 경기회복을 낙관하고 있다.

최근의 저금리와 증시활황 기조가 내수를 일으키고 이것이 다시 투자와
수출경기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장담하고 있다.

이 경우 4-5%의 경제성장율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오석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이 연 1.5%이므로
2.5-3.5%의 생산성 향상만 뒷받침되면 가능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은행도 올해 경제성장율이 1차 수정전망치인 3.8%보다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민간부문인 삼성증권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3%로 대폭 상향 조정
함으로써 같은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첫째는 경기가 급반등한 뒤 횡보하는 "√자형"에 그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최근의 경기회복은 주로 기술적 반등에 의한 것이므로 어느 수위에 이르면
탄력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종원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표상의 경기회복은 작년의 저조한
실적에 대한 기술적 반등성격이 강하다"며 "향후 경기속도는 올 2.4분기
이후 대폭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곡선이 √형을 그릴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특히 수출경기와 기업투자 회복여부가 불투명하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빠른 회복세가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경기 흐름을 W자형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장세가 지나치게 과열되면 실물경기로 연결되기 전에 성급하게 꺼져
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특히 국내외 여건에 불확실성이 산재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국내에서는 고실업사태 노사불안 구조조정등으로 지속적인 경기상승을
가로막는 지뢰들이 깔려 있다.

대외여건도 마찬가지다.

원유 등 원자재가격은 이미 오름세로 반전됐다.

세계경제를 지탱해온 미국의 경제성장도 하반기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IMF는 최근 미국주가가 30% 하락한다면 미국경제가 1.4포인트, 세
계경제가 1.2포인트 하향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관련, 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국제경제팀장은 "정부가 해외여건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아시아지역의 수입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정부가 뒤늦게 경기속도 조절에 나선다면 경제는 출렁거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너무 늦기전에 경기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게 신중론자들의 주장
이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