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강제규 감독 : '쉬리' 신화 창조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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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 사람 : 임준수 편집위원 ]
IMF체제이후 얼굴이 가장 활짝 펴진 "싱글벙글 리스트"를 짠다면 누가 첫
순위에 오를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공전의 히트작 "쉬리"덕분에 연일 매스컴을 타는
강제규(38) 감독일 것이다.
그는 122분짜리 영화 한편으로 명예와 함께 수십억원의 돈을 예약받은
386세대의 대표주자다.
이름 첫 글자대로 한국 영화계의 제왕자리에 올랐지만 아직은 열평남짓한
사무실의 칸막이 방에서 코를 맞대고 기자의 인터뷰에 응해야 할 상황이다.
시원하게 뚫린 서울 강남대로변의 한국영상빌딩에 자리잡은 강제규필름의
좁은 사무실은 항상 내방객으로 붐빈다.
미국 최고의 흥행감독 스필버그의 젊은날 모습처럼 덥수룩한 청년상을
기대했으나 의외로 말끔하다.
무스를 발라 가볍게 넘긴 짧은 머리와 몸에 착 붙는 스리 버튼 자켓 차림
등 성공한 386세대의 경쾌함과 자신감이 넘친다.
메거 폰을 자주 잡다 보면 입담도 좋을 법한데 자신의 성공에 매우 겸손하
다.
"''서편제''의 흥행기록을 6년만에 깬 것에 특별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마치 활극이 서정극을 평정한 것처럼 이야기 하는 것은 확대해석입니다.
관객의 취향이 활극으로 기운 것은 오래 전의 일입니다.
관객을 사로잡는 요소와 영화의 장르는 별개의 것입니다."
- 대종상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놓쳤는데 섭섭하지 않은지.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요.
"쉬리"는 애초부터 작품성보다 흥행성을 추구했으니까요.
그래도 남우 주연상등 6개부문의 상을 탔으니 애석해 할 것도 없죠"
- 스필버그 감독은 흥행의 귀재이면서도 "쉰들러 리스트"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는데 계속 흥행성을 고집할 건가요.
"당분간 그럴겁니다.
충분히 돈을 벌 때까지"
강 감독의 대답은 아주 명쾌하다.
약간 아픈 데를 찔렀다 싶었지만 조금도 개의하지 않는다.
성공한 사람의 여유가 엿보여 내친 김에 달가와 할지 않을 말을 하다 더
건넸다.
- "쉬리"는 주제의 일관성이 떨어져 산만하다는 평이 있습니다.
액션물에 멜로를 가미한 데다가 첩보물에 이데올로기 문제까지 넣어 어지럽
다는 것이죠.
북한공작원을 인간화시킨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엄청난 인명살상를 획책하
는 폭탄테러범이 "인민을 사랑하는 통일전사"로 비춰진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장르와 테마의 다양성은 "쉬리"의 장점입니다.
장르 하나에만 치우치면 재미가 떨어지게 마련이죠.
북한 공작원의 잔학한 모습은 현장체험을 한 귀순자의 증언을 토대로 보여
준 것으로 진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나의 작품에 여러갈래 평가가 있다는 것은 감독으로서 반가운 일입니다."
- 일부 장면에서 스토리 연결이 잘 안되는 것도 의도적인가요.
"편집과정에서 실수했음을 인정합니다.
해외상영 필름과 비디오용 테이프에선 미흡한 부분을 보완했습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에서도 그의 스타일대로 신속하다.
인터뷰를 많이 받은 탓인지 "쉬리"의 문제점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감독
의 변" 끝없이 이어진다.
그에게 수없이 쏟아진 질문들이 거의가 비슷한 내용이라서 답변에 식상해
할 듯 싶어 화제를 바꿨다.
- 삼성 경제연구소는 "쉬리"가 성공한 이유를 다섯가지로 분석했습니다.
재미있는 시나리오, 과감한 투자, 흥행중심 기획, 제작 출연진의 열성,
마케팅전략이 그것인데 전적으로 동감하는지.
"옳은 분석으로 봅니다.
거기에다 관객의 기호분석 등 철저한 사전준비를 추가할 수 있겠죠"
- "쉬리"에선 제작지원사의 스크린 마케팅이 지나쳤다 싶어요.
삼성의 로고가 여러 번 눈에 띄는데 거액(24억원)의 제작비를 댄 것에 대한
답례였는지.
특히 국가 기관원이 탄 공무수행 헬기에 특정기업의 로고가 선명하게 보이
도록 한 것은 납득이 안가요.
"나도 그런 문제를 인식했기 때문에 기업 로고를 가리고 첩보기관인 OP마크
를 돋보이게 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강감독의 말이 너무 직설적으로 나와 "그 말을 기사화해도 되느냐"고 재확인
했더니 뜻밖에도 그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감독의 제작재량권이 보호
돼야 한다는 지론을 재강조한다.
"쉬리"에선 로고 말고도 북한 공작원이 삼성 "센스" 노트 북으로 삼성의
"유니텔"을 이용하여 PC통신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 미국영화 "타이타닉"은 전세계에서 17억달러를 벌어들여 그 수입규모는
자동차 2백만 대 수출과 맞먹는다고 하는데 감독으로서 본격적인 수출을
겨냥한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는지.
"한국영화가 살기 위해선 수출이 제대로 이뤄져야 합니다.
"쉬리"의 관객이 5백만을 넘어섰지만 내수시장 규모로 봐선 그 정도가 한계
입니다.
한국영화가 세계로 뻗기 위해선 미국시장 공략부터 이루어져야 하는데 최대
의 장애는 영화자본의 영세성입니다.
여느 영화보다 두배이상의 돈을 들였다는 "쉬리"의 제작비는 "타이타닉"의
3분 분량 제작비도 안됩니다.
영화를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 국가적 배려가 시급합니다."
- "쉬리"의 수출계획은.
"미국의 월트 디즈니 등 세계의 유수한 영화배급사들이 자발적으로 견본작품
을 요청, 시사회를 갖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시장은 크게 기대하지 않고 아시아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계획입니
다.
중국과 일본시장을 잡는 것이 급선무인데 현재로선 반응이 괜찮아요.
언어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런 운명적인 것을 극복하는 길은 국력을 키우
는 것밖에 없습니다.
국가인지도는 영화수출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화제가 영화수출로 바뀌자 강 감독의 영화논리는 자금론에서 국력론으로
비약하며 톤이 높아진다.
많은 영 화관계자들이 문제삼는 국내 제작기술의 낙후에 대해선 의외로
자신감을 보인다.
한국사람은 재주가 뛰어나서 돈만 넉넉히 대면 국제적인 대작도 만들수
있다는 것이다.
- 사람들은 강 감독과 "쉬리"와 관련해 예외없이 알고 싶어하는 한가지가
있는데...
"또 돈에 대한 이야기군요.
만나는 사람마다 날 보면 얼마나 벌었느냐고 묻는데 내 수중에는 아직 돈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계약상으로 1차종영후 45일이 되기 까지는 돈을 만질 기회가 없어요"
- 그래도 예상수입 계산이 나오겠죠.
"그 계산은 남들이 더 잘 해 주더군요.
현재까지의 흥행성적으로 봐선 40~50억원은 될거라고 하니 그런 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돈도 자연인 강제규의 것이 아닙니다.
삼성영상사업단과 계약한 주체는 강제규필름이니까요"
투자액수와 영화가치의 등식을 믿는 강 감독은 흥행감독임을 자처하며 그것
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자본주의 시장 논리를 영화제작에 까지 접목시키는 그는 다음 작품을 구상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쉬리"의 수출전략을 짜는 것이 더 급하다.
국내 최고의 흥행도 마음에 안차 세계시장으로 치닫는 젊은 감독의 야망은
성공한 386세대의 패기를 새삼 느끼게 한다.
< jsr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3일자 ).
IMF체제이후 얼굴이 가장 활짝 펴진 "싱글벙글 리스트"를 짠다면 누가 첫
순위에 오를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공전의 히트작 "쉬리"덕분에 연일 매스컴을 타는
강제규(38) 감독일 것이다.
그는 122분짜리 영화 한편으로 명예와 함께 수십억원의 돈을 예약받은
386세대의 대표주자다.
이름 첫 글자대로 한국 영화계의 제왕자리에 올랐지만 아직은 열평남짓한
사무실의 칸막이 방에서 코를 맞대고 기자의 인터뷰에 응해야 할 상황이다.
시원하게 뚫린 서울 강남대로변의 한국영상빌딩에 자리잡은 강제규필름의
좁은 사무실은 항상 내방객으로 붐빈다.
미국 최고의 흥행감독 스필버그의 젊은날 모습처럼 덥수룩한 청년상을
기대했으나 의외로 말끔하다.
무스를 발라 가볍게 넘긴 짧은 머리와 몸에 착 붙는 스리 버튼 자켓 차림
등 성공한 386세대의 경쾌함과 자신감이 넘친다.
메거 폰을 자주 잡다 보면 입담도 좋을 법한데 자신의 성공에 매우 겸손하
다.
"''서편제''의 흥행기록을 6년만에 깬 것에 특별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마치 활극이 서정극을 평정한 것처럼 이야기 하는 것은 확대해석입니다.
관객의 취향이 활극으로 기운 것은 오래 전의 일입니다.
관객을 사로잡는 요소와 영화의 장르는 별개의 것입니다."
- 대종상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놓쳤는데 섭섭하지 않은지.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요.
"쉬리"는 애초부터 작품성보다 흥행성을 추구했으니까요.
그래도 남우 주연상등 6개부문의 상을 탔으니 애석해 할 것도 없죠"
- 스필버그 감독은 흥행의 귀재이면서도 "쉰들러 리스트"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는데 계속 흥행성을 고집할 건가요.
"당분간 그럴겁니다.
충분히 돈을 벌 때까지"
강 감독의 대답은 아주 명쾌하다.
약간 아픈 데를 찔렀다 싶었지만 조금도 개의하지 않는다.
성공한 사람의 여유가 엿보여 내친 김에 달가와 할지 않을 말을 하다 더
건넸다.
- "쉬리"는 주제의 일관성이 떨어져 산만하다는 평이 있습니다.
액션물에 멜로를 가미한 데다가 첩보물에 이데올로기 문제까지 넣어 어지럽
다는 것이죠.
북한공작원을 인간화시킨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엄청난 인명살상를 획책하
는 폭탄테러범이 "인민을 사랑하는 통일전사"로 비춰진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장르와 테마의 다양성은 "쉬리"의 장점입니다.
장르 하나에만 치우치면 재미가 떨어지게 마련이죠.
북한 공작원의 잔학한 모습은 현장체험을 한 귀순자의 증언을 토대로 보여
준 것으로 진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나의 작품에 여러갈래 평가가 있다는 것은 감독으로서 반가운 일입니다."
- 일부 장면에서 스토리 연결이 잘 안되는 것도 의도적인가요.
"편집과정에서 실수했음을 인정합니다.
해외상영 필름과 비디오용 테이프에선 미흡한 부분을 보완했습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에서도 그의 스타일대로 신속하다.
인터뷰를 많이 받은 탓인지 "쉬리"의 문제점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감독
의 변" 끝없이 이어진다.
그에게 수없이 쏟아진 질문들이 거의가 비슷한 내용이라서 답변에 식상해
할 듯 싶어 화제를 바꿨다.
- 삼성 경제연구소는 "쉬리"가 성공한 이유를 다섯가지로 분석했습니다.
재미있는 시나리오, 과감한 투자, 흥행중심 기획, 제작 출연진의 열성,
마케팅전략이 그것인데 전적으로 동감하는지.
"옳은 분석으로 봅니다.
거기에다 관객의 기호분석 등 철저한 사전준비를 추가할 수 있겠죠"
- "쉬리"에선 제작지원사의 스크린 마케팅이 지나쳤다 싶어요.
삼성의 로고가 여러 번 눈에 띄는데 거액(24억원)의 제작비를 댄 것에 대한
답례였는지.
특히 국가 기관원이 탄 공무수행 헬기에 특정기업의 로고가 선명하게 보이
도록 한 것은 납득이 안가요.
"나도 그런 문제를 인식했기 때문에 기업 로고를 가리고 첩보기관인 OP마크
를 돋보이게 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강감독의 말이 너무 직설적으로 나와 "그 말을 기사화해도 되느냐"고 재확인
했더니 뜻밖에도 그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감독의 제작재량권이 보호
돼야 한다는 지론을 재강조한다.
"쉬리"에선 로고 말고도 북한 공작원이 삼성 "센스" 노트 북으로 삼성의
"유니텔"을 이용하여 PC통신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 미국영화 "타이타닉"은 전세계에서 17억달러를 벌어들여 그 수입규모는
자동차 2백만 대 수출과 맞먹는다고 하는데 감독으로서 본격적인 수출을
겨냥한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는지.
"한국영화가 살기 위해선 수출이 제대로 이뤄져야 합니다.
"쉬리"의 관객이 5백만을 넘어섰지만 내수시장 규모로 봐선 그 정도가 한계
입니다.
한국영화가 세계로 뻗기 위해선 미국시장 공략부터 이루어져야 하는데 최대
의 장애는 영화자본의 영세성입니다.
여느 영화보다 두배이상의 돈을 들였다는 "쉬리"의 제작비는 "타이타닉"의
3분 분량 제작비도 안됩니다.
영화를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 국가적 배려가 시급합니다."
- "쉬리"의 수출계획은.
"미국의 월트 디즈니 등 세계의 유수한 영화배급사들이 자발적으로 견본작품
을 요청, 시사회를 갖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시장은 크게 기대하지 않고 아시아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계획입니
다.
중국과 일본시장을 잡는 것이 급선무인데 현재로선 반응이 괜찮아요.
언어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런 운명적인 것을 극복하는 길은 국력을 키우
는 것밖에 없습니다.
국가인지도는 영화수출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화제가 영화수출로 바뀌자 강 감독의 영화논리는 자금론에서 국력론으로
비약하며 톤이 높아진다.
많은 영 화관계자들이 문제삼는 국내 제작기술의 낙후에 대해선 의외로
자신감을 보인다.
한국사람은 재주가 뛰어나서 돈만 넉넉히 대면 국제적인 대작도 만들수
있다는 것이다.
- 사람들은 강 감독과 "쉬리"와 관련해 예외없이 알고 싶어하는 한가지가
있는데...
"또 돈에 대한 이야기군요.
만나는 사람마다 날 보면 얼마나 벌었느냐고 묻는데 내 수중에는 아직 돈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계약상으로 1차종영후 45일이 되기 까지는 돈을 만질 기회가 없어요"
- 그래도 예상수입 계산이 나오겠죠.
"그 계산은 남들이 더 잘 해 주더군요.
현재까지의 흥행성적으로 봐선 40~50억원은 될거라고 하니 그런 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돈도 자연인 강제규의 것이 아닙니다.
삼성영상사업단과 계약한 주체는 강제규필름이니까요"
투자액수와 영화가치의 등식을 믿는 강 감독은 흥행감독임을 자처하며 그것
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자본주의 시장 논리를 영화제작에 까지 접목시키는 그는 다음 작품을 구상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쉬리"의 수출전략을 짜는 것이 더 급하다.
국내 최고의 흥행도 마음에 안차 세계시장으로 치닫는 젊은 감독의 야망은
성공한 386세대의 패기를 새삼 느끼게 한다.
< jsr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