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에서 공세로"

삼성의 행보가 데이콤 경영권 확보전을 계기로 이제까지 수세적 입장에서
탈피해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기아자동차 인수전이 붙었을 당시만해도 삼성은 전격 철수를 단행할 정도로
수세적 입장을 보였으며 그동안 줄곧 같은 자세를 견지해왔다.

이런 경영전략이 데이콤 싸움을 계기로 1백80도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이번 데이콤 인수전을 개별회사가 아닌 아닌 그룹 재무팀이
진두지휘하고 있는데서도 드러난다.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의 지휘아래 김인주 재무팀장이 실무를 맡고 있다.

그룹 재무팀은 기아자동차 인수전 당시 기획팀을 제치고 철수를 결정했던
곳이다.

데이콤 경영권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확보한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또 민영화가 예정된 한국중공업 경영권에도 적극적 관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중 민영화와 관련해 이미 삼성중공업 내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운영중
이기도 하다.

경영전략 방향 전환은 현 상황에 대한 그룹 수뇌부의 인식 변화가 결정적
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구조조정본부는 "지금은 수세적 입장에서 탈피해 미래 성장기반을
찾아야 할때"라는 생각을 갖고있다.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웬만큼 마무리됐다는 자신감이 사고 변화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른 그룹보다 빨리 구조조정을 시작한 까닭에 빨리 끝마칠수 있었으며
이제 가벼워진 몸으로 새로운 사업을 찾아야할 때라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최근 일본을 방문한 것은 21세기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삼성측의 설명이다.

데이콤 인수도 21세기를 겨냥한 이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측은 공식적으론 이런 변화를 드러내놓지 않고 있다.

아직 자동차와 석유화학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난해와 같은 인력감축과 사업매각이라는 구조조정 일변도의
시기는 지나갔다는 분위기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