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는 이제 필요없다"

미국에서 이코노미스트(경제연구원)들이 찬밥 신세다.

경제는 최대 호황이나 이코노미스트들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있다.

미국경제가 기존의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면서
전통 이코노미스트들의효용가치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뱅크아메리카는 지난해 연구원이
21명이나 되는 경제연구소를 해체했다.

사내의 다른 일자리로 옮긴 6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해고시켰다.

웰스파고은행도 작년 11월 노웨스트와 합병하면서 경제연구원 12명을
잘랐다.

50여명 규모의 경제연구실을 운영해온 IBM은 최근 3명만 남기고 모두
내보냈다.

제지업체인 웨이어하우스는 12명에서 5명으로 줄였다.

이코노미스트들을 가장 많이 고용해온 금융 및 제조업체들이 이들을 몰아
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기업들이 이처럼 경제두뇌를 줄이는 직접적인 이유는 경제패턴의
변화다.

지금 미국의 "신경제" 경기사이클에는 불황과 침체 사이클이 빠져있다.

"호황-안정-호황"의 선순환만 있을 뿐이다.

또 "필립스곡선(실업률과 인플레율은 반비례)"도 미국경제와는 거리가 멀다.

이처럼 전통적인 경제이론들이 미국경제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일반 기업들은 경제이론가보다는 일선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분석가들을 훨씬 더 중요시하고 있다.

인터넷의 등장도 이코노미스트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그동안 경제전문가들의 주업무는 정부기관이나 각종 단체가 조사한 수치를
수집, 분석하는 일이었다.

얼마나 빨리 자료를 얻느냐에 따라 능력이 결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해당기관에 접속,얼마든지 새로운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수치와 현상을 분석하는 핵심 요원만 있으면 된다는 얘기다.

일반 기업에서 "찬 밥" 신세로 전락한 이코노미스트들은 회계법인과
컨설팅회사로 몰려가고 있다.

현재 미국경제전문가협회(NABE)소속 이코노미스트중 제조업체 종사자는
7%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회계.컨설팅업게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전체의 20%나 된다.

10년전의 제조업 27%, 회계.컨설팅업 8%이던 것과는 정반대다.

그렇다고 컨설팅분야로 옮긴 이코노미스트들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명함에는 더이상 "이코노미스트"라는 타이틀이 없다.

그들에게 경제현상 분석이라는 "귀족적"인 업무 대신 고객을 상대로 마켓팅
작업을 해야하는 평범한 일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