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연구개발(R&D)활동이 뒷전으로 밀려나고있다.

구조조정에 밀려 투자는 줄어들고 연구소를 등지는 고급두뇌들이 급증하고
있다.

28일 삼성연구소에 따르면 한국기업의 지난해 R&D 투자규모는 7조7천5백78
억원으로 전년보다 12.3%나 줄었다.

IMF체제 이전(94~97년) 연평균 15.5%의 증가세에 비추어 심각한 상황이다.

전체 투자규모로도 3년전인 96년 수준(7조9천6백억원)에도 크게 밑돌고있다

GNP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도 97년 3.5%에서 작년엔 3%로 하락했다.

R&D 인력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전년보다 8.5%나 줄어 장기적인 기술개발
기반이 무너지고있다는 진단이 나오고있다.

투자와 인력이 줄다보니 실적도 형편없다.

지난해 특허출원 건수도 전년보다 19.1% 감소했다.

이언오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의 R&D 투자가 위축돼 고급두뇌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확대되는등 후유증이 산업현장 곳
곳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반도체 산업의 경우 해외 경쟁업체가 256M DRAM 개발 핵심인력을 스
카웃해가 한국기업이 들인 시간과 비용의 10분의 1만으로도 제품 개발이 가
능하게 됐다.

지난해 1월 미 네이처지에 "꿈의 반도체"로 소개돼 세계를 놀라게 했던 "탄
소 나노튜브" 연구에 대한 기업의 자금지원도 끊긴 상태다.

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우는 자동차 주행시험장을 짓기 위해 지난해 4월까지 45억원을 투자했으
나 구조조정 여파로 사업이 연기됐다.

특히 지난해 기계장비와 1차금속 산업의 R&D투자은 각각 전년대비 22.2%와
16.8%가 감소하는 등 제조업 전체의 R&D 투자는 8.4%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
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구소련도 국가 및 기업의 R&D 예산
축소로 고급두뇌유출이 심각해져 성장잠재력을 잃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R&D에 대한 투자를 줄여 기업 자금난을 일시적으로 덜수 있겠지만 장
기적으로 그 후유증은 한국경제발전에 치명적인 여파를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병연 기자 yooby@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