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작업은 끊임없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지 무엇인지를 드러내는
것은 아닙니다. 늘 같은 모습으로 지속된다고 여겨지는 것도 사실은 언제나
변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오는 9월1일부터 한달반동안 열릴 "99서울연극제"의 개막작품 "바다의 여인"
(헨리 입센 작, 수잔 손탁 각색)을 연출할 로버트 윌슨(58)의 예술가론이다.

윌슨은 언어보다는 시각적 이미지화를 통한 관객과의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무대꾸미기로 명성을 쌓고 있는 세계적 연극 연출가.

그가 최근 내한해 전무송 김철리 장두이 윤석화 방은진 김윤진 등 이 작품에
출연할 6명의 배우를 선발했다.

"요즘 연극은 지적인 작업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대를 통해 전하려
는 내용이 실제 경험과는 다르게 왜곡될 가능성이 크지요. 그래서 저는 연극
의 내용을 언어보다는 동작으로 이미지화해 전달하는데 치중합니다. 해석은
관객들의 몫이지요"

그가 이번 오디션에 참여한 배우들에게 요구한 것은 똑바로 서고 걷는 가장
기본적인 몸동작.

그는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이 동작이 사실은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국배우들은 동작 훈련이 부족합니다. 동작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이미지를 보기 때문이지요. 무대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충실히 전하기
위해서는 기본동작부터 철저히 익히는 게 중요합니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