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정유를 매각하겠다는 현대그룹의 23일 발표는 그동안 현대정유가
추진해온 외자유치노력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현대정유는 지난해 10월 IPIC(아랍에미레이트 석유투자공사)에 지분 50%를
넘기면서 5억달러규모의 외자를 유치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당시 현대정유는 IPIC에 신주를 제3자배정하는 방식으로 5억달러를 유치,
증액된 자본금의 50%를 IPIC가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1대주주의 자리를 IPIC에 내주고 경영권은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현대가 이날 발표한 매각결정이 전혀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IPIC와의 협상이 제대로 진행돼 5억달러가 들어오고 대주주가 IPIC로
바뀌면 그자체가 매각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현대정유와 IPIC와의 협상은 그동안 현대의 한화에너지 인수문제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오는 8월이면 끝날 것이라고 현대정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현대 계열사들이 갖고 있는 지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것.

이는 곧바로 정몽혁 사장의 진로와도 관계가 깊다.

만약 현대가 갖고 있는 지분을 상당부분 해외에 매각한다면 소수지분을
갖고 있는 정사장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질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대는 그룹 입장에서 정사장에게 다른 방식으로 보상을 해줄
공산이 크다.

그러나 현대가 갖고 있는 지분이 제대로 해외에 매각되지 않을 경우 정
사장의 정유에 대한 기득권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입장은 어떤 경우라도 국내에서의 최대주주는 현대와 관계있는
인사들이 돼야 한다는 것.

또 해외에 매각하더라도 경영에 간여하지 않는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정유 관계자들은 따라서 IPIC가 대주주가 되더라도 경영방식은 공동
경영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사회에서 한국측과 IPIC가 50대 50의 비율로 참여하고 실질적인 운영은
한국측이 맡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1대주주이고 쌍용이 2대주주이지만 회사운영을
쌍용이 하고있는 쌍용정유와 경영형태가 비슷해진다는 얘기다.

현대정유의 최대주주가 바뀌고 현대계열지분이 상당부분 매각되더라도
현대정유라는 이름은 그대로 남을 전망이다.

< 최완수 기자 wan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