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저고리에 검정치마 입고 시골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여선생"

하바드영어사의 고운자(48) 사장이 어릴 때부터 품었던 꿈이다.

직장 생활과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면서 접어야 했던 이 꿈을 간접적으로나마
실현키 위해 고 사장은 3년전부터 어린이 "영어 전도사"의 길을 걷고 있다.

5세부터 17세를 대상으로 한 영어교재를 만들고 방문지도하는 기업을
창업한 게 지난 96년 5월.

엘프영어란 이름의 영어교재 세트가 완성된 작년 9월부터 회원수가 부쩍
늘면서 주목받는 여성경영인이 됐다.

월평균 3백명씩 증가, 5천여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수금률이 99%에 이르고 탈락률은 3%에 불과하다.

이사등을 제외하면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

서울 영동호텔 맞은편 이노빌딩의 8평짜리 사무실이 이제는 1백90평으로
넓어졌다.

매출도 꾸준히 늘어 창업 첫해 2천만원에서 97년 12억원, 98년 20억원,
올해 25억원을 넘본다.

최근엔 소프트웨어진흥원에 독자적인 영어교습법을 저작권으로 등록한 덕에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았다.

고 사장이 창업하게 된 것은 한 세미나에 참석한 게 계기가 됐다.

숙명여대 무역학과를 나온 뒤 내무부장관 비서로 일하다 1남 2녀 자녀를 둔
평범한 주부생활을 한지 20여년이 흐른 어느 날 한국경제신문에 난 대한상의
세미나 일정이 눈에 들어왔다.

"21세기 인재육성 방안"이란 주제가 그녀의 눈길을 잡았다.

대학시절 교직을 이수할 만큼 가르치는 것에 미련이 남아있던 터였다.

그 세미나에서 어느 기업 임원이 "영어실력이 뒤떨어져 한국이 싱가포르에
뒤진다"고 얘기하기에 가슴이 떨렸다.

서점으로 달려가 영어학습지를 뒤졌다.

대부분 수입교재가 판치고 있고 국산도 외제의 복사판 수준이라는 현실이
그녀에겐 충격이었다.

영어를 배우는 순서가 잘못 됐다는 생각이 섬광처럼 스쳐갔다.

독해는 잘해도 말귀를 못알아 듣는 영어학습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

그녀가 만든 영어교재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순으로 만들어진 것도 그
때문이다.

창업전 영어 방문학습 업체에서 6개월정도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학습지 업계에서 6~7년 잔뼈가 굵은 베테런 4명을 설득해 창업멤버로
합류시켰다.

외국어대 통역대학원을 찾아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교재로 만들기 위한
조언을 구했다.

그녀는 억척스럽게 일했다.

일요일에도 거의 쉬지 않았다.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 살다시피했다.

학생들을 가장 많이 접할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동종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직영을 한 것도 새로운 시도였다.

"본사에서 직영을 해야 지사가 겪는 고충도 이해하고 좋은 얘기도 들려줄 수
있잖아요"

지사도 본사 가족처럼 운영한다는 게 경영방침이다.

한달에 한번은 워크숍을 하고 마켓팅과 교육을 지원한다.

창업 3년만에 50여개 지사를 두게 된 것도 본사의 배려와 톡특한 학습법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

방문교사는 2백80여명에 이른다.

"사람 됨됨이를 꼭 봅니다"

고사장은 사교육자도 교육자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영어를 잘해도 잘난 척하는 사람은 뽑지 않는것도 그 때문이다.

그녀의 도전은 계속 이어진다.

지금은 영어교재와 테이프로 학습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CD에
교재의 내용을 담고 나아가서는 인터넷을 통해 가르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대상도 고등학생으로 점차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 진출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02)545-3100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