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인터넷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기준마련에
합의함으로써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수많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국제
규범 제정이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또 인터넷쇼핑을 비롯한 국제 전자상거래를 크게 활성화하는 획기적인
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디지털 광속경제" 시대가 더욱 앞당겨진다는
이야기다.

정보통신부 변재일 정보화기획실장은 "이번 합의로 인터넷에서 개인정보를
악용하지 못하게 하는 국제 규범이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질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정보가 악용될 가능성이 없어지면 개인들이 안심하고
전자상거래를 이용할 것"이라며 전자상거래가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개인정보보호문제는 지금까지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인터넷을 이용한 상거래를 할 때 자신의 신상정보가 다른 곳으로 흘러
나가는게 두려워 인터넷쇼핑을 꺼리는 사람들이 아직 인터넷 이용자의
절반을 넘고 있다.

신용카드번호 등을 입력하면 인터넷 서비스회사가 자신의 신용정보를 다른
업체나 개인에게 팔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 경우 자신의 개인정보가 악용돼 피해를 입을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쇼핑몰 회사에 들어있는 자신의 정보를 해커 등이 침입해 빼내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미국이 마련한 개인정보보호 지침은 개인의 신상정보 수집이나
제3자로의 이전등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안심할수 있는 전자상거래"를 위한 기틀로 평가된다.

또 개인의 신상정보를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지 보고 틀린 내용을 수정할수
있도록 해 잘못된 정보에 의한 피해를 막을수 있는 길도 열어놨다.

이번 합의는 또 전자상거래분야에서 독주하고 있는 미국에 제동이 걸렸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EU가 개인정보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세계 전자상거래시장 장악을 겨냥
하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인터넷에서의 개인정보보호문제는 그동안 미국과 EU간의 최대 통상현안의
하나였다.

인터넷에 기반을 둔 "디지털경제" 체제를 구축한 미국은 개인정보보호를
민간자율에 맡기자는 입장을 보여 왔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미국으로서는 규제를 최소화
함으로써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사이버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계속 유지
하자는 뜻이었다.

미국의 이같은 구상에 유럽측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EU는 지난해 10월 개인정보보호지침을 마련, 지난해 10월25일 시행에
들어갔다.

이와함께 EU수준으로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않는 나라로 개인정보를 유출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미국이 EU처럼 개인정보보호를 법적으로 규제하지 않으면 미국과는
전자상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유럽지역 주민들은 미국 인터넷쇼핑몰에서 물건을 살수 없게
된다.

유럽지역의 신용카드회사는 쇼핑몰이용자의 신용정보를 미국 회사에 제공
하지 못해 거래승인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EU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개인정보보호 규범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에 상당한 부담
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에서부터 이용및 전달 과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럽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정보통신부는 구체적인
보호범위등을 정하기 위해 통신업체나 인터넷 관련업체들로부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정통부 신용섭 정보보호과장은 "규제의 강도를 국제적인 수준으로 맞출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9월께까지 구체적인 실행지침을 만들어 내년부터 시행하게 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우선 수집할 수 있는 정보 종류가 제한된다.

지금은 이용자들이 인터넷서비스업체에 가입할 때 주민등록번호 신용카드
번호 등 기본적인 정보 외에 취미나 배우자 가족의 생일까지 알려줄 것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정보를 기록하지 않으면 가입이 어렵다.

그러나 앞으로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 정보는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

개인정보를 사용할수 있는 곳도 크게 줄어든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고객정보를 다른 분야의 마케팅 등에 자유롭게 이용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고객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새로운 상품에 관한 안내정보
를 보내 준다거나 행사에 초대하는 것도 처벌 대상이 된다.

정보보호센터 박광진 팀장은 "기업들은 개인정보를 모으거나 이용할 때
반드시 사전에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쳐 분쟁을 예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정건수 기자 ks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