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의 구조조정은 한국의 "산업지도"에 메가톤급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대우 발표대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전자 조선 등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주력산업 경쟁구도가 국내업체끼리의 경쟁에서 국내와 외국기업간 경쟁으로
달라지게 된다.

외국업체로선 한국의 주력산업 분야에까지 진출할수 있는 호기인 셈이다.

이에따라 일각에선 선진국보다도 엄격한 "부채비율 2백%"라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핵심산업까지 매각토록 하는 것은 너무 근시안적 시각이라는
비판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 전자 =전자 분야에선 가전과 TDX(전전자교환기)의 경쟁구도가 완전히
뒤바뀐다.

가전의 경우 자동차 빅딜 후속으로 대우전자가 삼성전자로 넘어가 삼성전자
와 LG전자의 쌍두마차 체제로 재편된다.

국내업체끼리 경쟁했던 브라운관과 브라운관용 유리벌브는 외국기업이
가세한다.

브라운관 시장은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오리온전기가 3분하고 있다.

세계시장점유율은 CPT(컬러TV용)는 삼성과 LG, 오리온전기가 각 15%, 9%,
7%를, CDT(컬러모니터용)는 각 21%, 12%, 6%다.

오리온전기가 외국기업으로 넘어가면 삼성.LG-외국기업간 경쟁으로 재편
된다.

브라운관용 유리벌브도 마찬가지.

삼성코닝과 한국전기초자가 55대 45의 비율로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데
한국전기초자가 일본이나 유럽회사에 넘어가게 된다.

한국전기초자는 연 2천8백만개 안팎의 유리벌브를 생산, 국내공급과 함께
수출중이다.

TDX 분야에선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 대우통신 한화정보통신이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

대우통신 TDX 사업부가 외국에 매각되면 외국기업의 시장점유율은 단번에
20% 안팎에 이르게 된다.

특히 대우통신이 개발한 차세대 TDX가 한국통신의 표준규격제품으로 선정돼
대우통신 TDX 사업을 인수하는 외국기업은 차세대 TDX 시장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공산이 크다.

가전제품용 모터에서도 대우모터를 인수하는 미 에머슨일렉트릭이 "빅4"로
부상하게 된다.

에머슨은 LG전자 삼성전기 성신전기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 상용차.버스 =대우자동차가 군산 상용차 공장을 스카니아 등 외국업체에
매각하면 국내 상용차시장은 현대.기아, 스카니아의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삼성상용차도 현재 외자유치나 매각 등을 추진중이다.

버스는 현대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 대우자동차에서 현대.기아와 외국업체
로 양분된다.

아시아자동차는 기아자동차에 흡수합병될 예정이다.

자동차 부품에서는 대우기전이 외국업체에 팔리면 주요 부품업체가 모두
외국업체 차지가 된다.

대우기전은 전장품 연 1백50만대, 공조기 1백만대의 생산능력을 가진 국내
2위 부품업체다.

국내최대 부품업체인 만도기계도 외자유치를 추진중이다.

<> 조선 =대우중공업 조선부문이 매각되면 국내 시장의 25% 가까이를 일본
업체가 차지하게 된다.

대우의 조선건조능력은 연간 2백20만t(총톤)으로 국내 2위다.

이에따라 한.일간 근소한 차이를 보여왔던 세계시장 점유율도 일본의 확고한
우위로 바뀌게 된다.

<> 기타 =유통과 영상 분야에서도 변동이 예상된다.

롯데는 청주 하이퍼마켓 부지를 사들인데 이어 마산 대우백화점, 청주백화점
부지 매수를 추진중이다.

한국카르푸는 부산 수영만 하이퍼부지외에 서울 면목동 군산 광주
하이퍼마켓 부지 매수를 협상중이다.

이에따라 롯데와 한국카르푸는 유통망에서 우위에 올라설수 있게 된다.

또 영상분야는 대우와 삼성 현대간 3각구도가 동양 현대 중앙일보로
변한다.

동양은 케이블TV 만화채널(투니버스)과 바둑 채널 외에 영화채널(DCN)을
확보해 단번에 케이블TV 강자로 부상했다.

동양은 대우로부터 씨네하우스와 멀티플렉스 사업도 인수해 영상 유통사업
에도 뛰어들었으며 미 타임워너사로부터 외자유치도 추진중이다.

중앙일보는 삼성으로부터 CATV Q채널(다큐멘터리)를 인수한데 이어 캐치원
(영화) 채널 인수도 협상중이다.

통신분야에서도 대우가 하나로통신 데이콤 한국통신프리텔 지분을 매각할
경우 경쟁구도 변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