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부군 필립 공은 19일 서울 서대문구
미동초등학교를 방문, 학생들이 펼치는 태권도 시범을 10여분간 관람했다.

엘리자베스 여왕 내외는 오후 4시15분께 학교에 도착,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과 태극기를 흔드는 5백여명 학생들의 환영을 받으며 강당으로
이동했다.

이날 시범에서는 두께 1cm의 판자 7개를 겹쳐놓고 격파하기, 8~10명을
뛰어넘어 격파하기, 공중회전 격파 등 고난도 기술을 선보여 여왕 내외의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받았다.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필립 공은 격파 순간마다 옆사람에게 감탄의 말을
건네고 시범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는 등 강한 호기심을 보였다.

시범이 끝난뒤 88명의 시범단 주장 홍진훈(11)군과 지의정(9)양이 꽃다발을
선사하자 여왕은 환한 미소로 답했으며 단상에서 내려와 홍군에게 "나이가
몇이냐"고 묻는 등 관심을 표명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저녁에 하얏트 호텔 2층에서 7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을
초청한 리셉션에 참석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여왕 내외는 청와대 접견실에서 30분간
환담했다.

김 대통령은 "오늘은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 아주 축복된 날"이라며 "한.영
국교수립 1백여년만에 처음으로 여왕폐하가 오시고 이를 환영하듯 봄 날씨
마저 화창해 이중으로 기쁘다"고 환영인사를 했다.

환담에서 김 대통령은 14대 대선 낙선후 영국에 체류했던 경험을 얘기한뒤
김 대통령이 머물던 집의 현판식에 필립 공이 참석해준데 대해 사의를 표명
했다.

또 한국 문화와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 여왕의 취미인 승마, 한.영간
투자와 교역 등이 화제로 올랐다.

김 대통령은 특히 엘리자베스 여왕 내외에게 녹차를 권하면서 "이 찻잔은
조선백자를 재현한 것으로 특별히 여왕내외를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소개
했다.

<>.김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는 청와대 본관 현관에서 엘리자베스 여왕
내외를 맞아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양국 정상이 환영식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순서에서 필립 공은
엘리자베스 여왕을 뒤따르며 한국측 참석자들에게 말을 건네기도 했으며
특히 김중권 비서실장이 가슴에 단 "출입 비표"에 관심을 보였다.

필립 공은 또 김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여왕과 함께 한국측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참석자 줄 맨 뒤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수행참석자로 착각,
악수를 건네다 뒤늦게 알아차려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청와대 공식환영식은 3군의장대와 군악대뿐 아니라
전통의상을 입은 취타대의 연주까지 곁들여 극진한 예우를 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에 서울공항에 도착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비둘기색
투피스 정장차림에 옅은 회색모자를 썼으며 왼손에는 회색 가죽 핸드백을
들고 있었다.

필립 공은 검정색 정장차림이었다.

엘리자베스 여왕 내외가 서울공항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3군 군악대의
팡파르가 울려 퍼지면서 1883년 한.영 수교후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영국 국가원수를 환영하는 2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엘리자베스 여왕 일행은 공항 환영식을 마친 뒤 곧바로 대우 체어맨
승용차를 타고 동작동 국립묘지로 향했다.

여왕 내외는 현충문 앞에서 최응조 국립현충원장의 인사를 받은뒤 여왕을
수행한 대릭 패칫 영국 외무차관 내외, 스티븐 브라운 주한 영국대사 내외
등과 함께 현충문에서 현충탑까지 50m정도 되는 회랑을 천천히 걸어 현충탑
앞에 섰다.

여왕 내외는 현충탑에서 헌화한뒤 분향했으며 진혼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묵념을 마치고 현충문으로 내려와 방명록에 서명했다.

한편 여왕이 근접취재를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진 때문인지 우리측 의전
관계자와 경호관계자들은 미리 설정된 포토라인 취재 한계선을 넘어서지
않도록 거듭 부탁하는 등 의전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 김수섭 기자 soosup@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