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중심의 은행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사업본부제를 시행하라는 금융당국
의 권고가 지나칠 정도로 성급하게 추진되면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실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이사회에 부여하고 사업본부제
시행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이 최근 이사회 제도를 잇따라 도입하면서
은행장의 권한중 상당부분을 이사회로 넘겼다.

올해 주총에서 신설된 이사회에 주요안건 결의권한과 집행임원 선임권 등을
넘겼다.

이에 대해 상당수 금융전문가들은 "은행의 통제가 은행장과 이사회로 분산
되면서 책임경영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은행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사회 멤버를 차지하게 되면서
과감한 의사결정을 할수가 없게 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은행장이나 집행임원이 이사회멤버를 매수,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고
책임은 지지 않을수 있는 가능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사업본부제의 경우 전산시스템과 평가시스템이 먼저 구축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대부분 은행들이 감독당국의 권유로 "선 사업본부제 도입, 후
시스템 구축"이라는 파행적 운용을 하고 있다.

여신 수신 기획관리등 기능으로 구분돼있던 조직을 사업단위로 성급하게
재구축하면서 일부 은행들은 조직누수현상까지 생기고 있다.

이에대해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다른 은행보다 1,2년 앞서 사업본부제를
단행했는데 전산시스템이나 평가시스템이 없어 상당기간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제야 도입되고 있는 사업본부제는 실제로는 시스템이 뒤받침되지 않는
형식적인 조치"라고 혹평했다.

이같은 평가가 성급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조흥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된 지동현 박사는 "이사회 멤버는 은행일을
해왔는지 여부보다는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수 있는지 여부가 더욱 중요
하다"며 "이사회가 행장을 견제하고 상호토론속에 좋은 의견을 내놓을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사회제도 도입이나 사업본부제 실시는 국제표준관행
(International Best Practice)에 따른 것"이라며 "선진적인 금융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제도를 먼저 도입하는게 중요
하다"고 말했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