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거절된 기업여신을 사주는 배드뱅크를 예금보험공사 산하에 설립
하겠다"

정부는 제일은행 인수자로 선정된 뉴브리지캐피탈이 정상 및 요주의여신중
일부를 인수할 수 없다고 하자 대안으로 예금보험공사 산하에 배드뱅크를
만들어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방안이 실현되면 제일은행매각협상도 빨라질 전망이다.

실제 뉴브리지의 데이비드본더맨과 리차드블럼 공동회장은 16일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과 만나 자산가격평가 등에 관한 이견차이를 다소 좁혔다.

<> 무엇이 문제였나

정부와 뉴브리지는 3조8천억원에 달하는 고정이하 여신(3개월 이상 연체
여신)을 성업공사에 매각한다는 데는 합의했다.

그러나 정상여신과 요주의여신(3개월이하 연체여신)중 일부 여신이 문제
였다.

정부는 정상 및 요주의여신(3개월 미만연체여신)은 뉴브리지가 모두 인수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대신 2년 내에 부실화하는 여신은 정부에 되팔 수 있는 권리인 "풋 백
옵션"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뉴브리지측은 정상 및 요주의여신중 대출기업의 신용도나 수익성이
좋지 않아 부실징후가 있는 것은 절대 인수할 수 없다고 맞섰다.

뉴브리지측은 <>이 여신을 한국 정부측이 부실채권과 마찬가지로 매입해
줘야 하고 <>매각에 따른 자산부족분도 보상해 줘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뉴브리지측이 인수를 거절한 정상 및 요주의여신은 2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 예금보험공사 산하 배드뱅크로 문제해결

정부는 예금보험공사 산하에 배드뱅크를 설립함으로써 뉴브리지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예금보험공사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배드뱅크를 예금보험공사 자회사로 설립하느냐 아니면 예금보험공사 내의
부서를 만드느냐 하는 기술적인 문제도 논의하고 있다.

배드뱅크는 뉴브리지가 인수를 거부하고 있는 여신을 매입.관리하게 된다.

배드뱅크가 만들어지면 우량채권은 뉴브리지로, 부실채권은 성업공사로,
우량과 부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채권은 배드뱅크로 가게된다.

배드뱅크는 인수한 채권을 성업공사가 하는 것처럼 매각하지 않는다.

담보물에 대해 강제집행도 하지 않는다.

대출기업이 이자만 꼬박꼬박 내면 제일은행이 온전할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 평가가격이 아닌 장부가격으로 매입한다

정부는 배드뱅크가 사오는 여신에 대해서는 평가가격이 아닌 장부가격을
쳐줄 방침이다.

1백억원짜리 대출이라면 1백억원에 사주겠다는 것이다.

뉴브리지로서는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다.

장부가격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매입주체가 성업공사가 아니고 예금보험
공사이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는 부실채권 매매로 발생하는 자산부족분을 보상해 주는
역할을 하던 곳이기 때문에 장부가격으로 사줘도 들어가는 돈은 마찬가지다.

예를들어 지금까지는 자산 1조원 부채 1조원인 은행의 경우 부실채권
5백억원을 성업공사에 매각하면 많아야 2백25억원을 받을 수 있었다.

부실채권 매매 이후 이 은행의 자산은 7백25억원이 되므로 부족분 2백75억원
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상해 줬다.

< 김인식 기자 sskis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