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반복이 없고, 꽃은 피었다.

여의도에 대공원에 전주에 군산에 구름같은 벚꽃들이 우리 머리 위에
흐드러졌다.

바람이 불고 꽃잎은 흩날린다.

모두들 바쁘다 고단하다 힘들다고 하지만 그래도 꽃나무 아래로 몰려 가는
사람들은 즐거워 보인다.

아름답다.

제멋대로 흘러가버린 경제 형편은 어찌할 것인가, 교육 문제는 어찌할
것인가, 북한은 어쩔 것이고 미국은 왜 저러는가, 우리의 운명은 우리의
다음 세계 우리의 아이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걱정 속에 갇혀 있는 사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갔는가.

해결책을 찾아내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모르게 되어가는 상황들.

그동안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멋진 세계를 너무나 학대하며 살아 왔다.

꽃은 잠시만 피고 우리의 생명도 너무나 잠시 뿐이다.

잠시 피어 오르는 꽃송이들을 보며 심호흡을 해보자.

하나 뿐인 멋진 이 세계와 마주하고 우리의 몸과 마음을 꽃나무 아래 풀어
놓아 보자.

차들이 몰려와 여의도가 자동차의 홍수로 꼼짝을 못한다고 한다.

견인차가 와서 끌고 가고 벌금을 매긴다고 한다.

왜 지하철을 타고 와서 보면 될 걸, 조금만 걸으면 될 걸 하고 야단이다.

내버려 두자.

비난하지 말자.

꽃은 곧 지니까.

잠시 꽃에 취하라고 놔두자.

공부해라 부지런해라 돈 많이 벌어라 효도해라 충성해라 의리를 지켜라
놀지 마라 술마시지 마라..

억압하는 말을 잠시 뒤로 미루고 젊은 연인을 불러 꽃보러 가라고 내 몰자.

공부 그만 하고 일 걱정 잠시 접어두고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건강한 세계를
맞으라고 하자.

그렇게 다시 이 세계의 가치를 깨닫고 우리에게 주어진 이 선물, 이 땅의
자연을 깊이 느끼고 사랑해 보자.

그것은 낭비가 아닌 건강을 찾는 또 다른 길일 것이므로 실패와 배반된
약속으로부터 벗어나 잠시 꽃에게로, 마음의 먼 고향에게로 가 위로를
구해보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