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의 조기 성사를 촉구하는 정부의 직.간접적인 압력이 다시 시작되면서
현대와 LG간 반도체 협상이 급류를 타고 있다.

빠르면 주말께 두 그룹 총수가 직접 만나 가격산정 문제를 놓고 담판을
벌일 가능성도 높아졌다.

현대 LG를 포함한 5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들은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과 함께 13일 오전 서울 호텔롯데에서 조찬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이 모임에서 오는 26일께로 연기된 정.재계간담회 이전에 5대그룹이
벌여온 "빅딜"을 매듭짓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반도체의 경우엔 두 그룹 총수간 회동을
통해서라도 양사간 이견을 해소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회의를 마친후 "가급적 정.재계 간담회 이전에
반도체 가격산정 협상을 끝내줄 것을 두 그룹에 당부했으며 두 그룹도 이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빠르면 금주말께 정몽헌 현대 회장과 구본무 LG회장간 회동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 구조조정본부장인 박세용 현대상선 회장은 조찬 모임에 앞서
기자들에게 오는 16일 이후 양 그룹간 회장간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정몽헌 현대 회장이 현대건설의 이란 가스전 개발사업 수주와 관련해
프랑스로 오늘 출국했다가 오는 16일 귀국할 예정"이라며 "정회장이 귀국하고
나면 양 그룹 회장간 만남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유식 LG 구조조정본부 사장은 회의를 마친후 "(총수회동과 관련해) 확정된
일정은 전혀 없다"면서도 회동 추진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도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와 LG간 빅딜
협상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며 "정몽헌 현대회장이 16일 행사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그 이전에 귀국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이 위원장의 이 발언이 빠르면 16일, 늦어도 17일에는 두 그룹
총수가 만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협상이 총수간 회동이 추진될 정도로 급류를 타고 있는 것은 한동안
잠잠하던 정부의 직.간접적 압력이 다시 시작됐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13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최근 경기가
다소 좋아진다고 하니까 업계에 해이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5대재벌의 구조조정 문제가 아직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으며, 6대 이하의
기업개선작업에도 해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도 최근 "반도체 등 핵심 빅딜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원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경련과 5대그룹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당초 22일로 예정됐던 정.재계 간담회가 연기된 것도 정부가
현대와 LG에 시간 여유를 준 것이란 소문이 있다"며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는 분위기가 퍼져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도 빅딜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통합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출자전환 등 부채구조조정과 세제 지원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며
"반도체의 경우 금주내에 해당 기업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지원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경련 관계자는 "반도체를 포함해 전경련이 관여하고 있는 항공 철차 유화
등 사업구조조정 대상 업종에 있어서의 각사간 쟁점을 금주내에 해소키로
했다"며 "현대와 LG가 좋은 접점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