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방식이 바뀌고 있다.

오너나 대표 이름으로 사회단체에 거액의 성금을 내던 행태는 사라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올 1.4분기 중에 발표됐거나 집행된
기업의 사회공헌 관련 사업금액은 약 4백억원.

작년과 비슷한 규모지만 방식은 크게 바뀌었다.

기업들은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면서도 부담은 줄이는 방향을
잡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오너의 이미지 제고 차원 목적의 사회공헌활동에서
기업이미지 제고쪽으로의 변화다.

삼성의 "이웃 사랑 헌혈캠페인"이 좋은 예다.

삼성은 지난 2월초 계열사 및 협력사 임직원 2만명이 자발적으로 "피"를
뽑았다.

LG그룹의 야생동물 먹이주기 행사도 같은 맥락이다.

LG는 지난 2월 9일 지리산 일대에 야생동물 먹이 4천kg을 뿌려놓았다.

이에 앞서 1월에는 한국조류보호협회에 조류보호기금 5천만원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활동을 통해 LG는 환경까지 생각하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심일 수 있게
됐다.

기부 방식도 바뀌었다.

일시적, 시혜성 기부에서 벗어나 종업원이나 고객이 함께하는 참여형 모금
형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1월 "사랑의 고속도로" 캠페인을 벌였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자선냄비를 설치해 통행자들로부터 성금을 받아
실직자 구호사업에 기부했다.

대구의 (주)우방은 최근 야구경기장에 세계 최대의 모금함을 만들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 2월에는 임금삭감분 1백30만원을 결식아동 급식비로
대구교육청에 기증하기도 했다.

세번째 변화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과 연계해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SK주식회사는 셀프주유시 일정액을 결식아동 돕기를 위한 기부금으로 적립
하고 있다.

한독약품은 소화재 "훼스탈"의 매출액 일부를 결식아동돕기 성금으로 기부
하고 있다.

LG칼텍스정유는 결식아동동기 기금조성용 보너스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공익단체와 연계해 카드사용액 일정부분을 기부하는 신용카드사의 공익연계
마케팅도 이 범주에 속한다.

신용카드사가 사회공헌기금으로 적립한 금액은 3월말 현재 25억여원.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방식이 바뀌면서 일반 소비자들이 간접적으로 사회
공헌 활동에 참여하는 비중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이 이처럼 사회공헌 활동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론 넉넉
하지 않은 자금사정 탓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그간의 방식이 노력에 비해 별 효과가 없었다는 자체 판단
에 따른 것이 많다.

오너 이름으로 자선적, 정치적 동기에 따라 기부를 할 경우 일반인들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뿐이다.

많이 낸 회사와 적게 낸 회사의 차이가 밝혀지고 이것이 오히려 해당 기업
으로선 부담이 되기도 했다.

단발성이었기 때문에 지속성이 떨어져 실제적으로 수혜계층에 골고루 혜택이
주어지지도 않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재계 차원에서 기업들이 사회안정망 구축에 일정한 역할
을 할 수 있는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지난 2월 총회에서 새로 발족한 사회공헌위원회(위원장 장영신
애경산업회장)를 통해 기업의 대사회 공헌 활동을 주도할 계획이다.

올해는 <>기업사회공헌활동 관련 세제 및 제도 개선 <>효율적 사회공헌활동
을 위한 기업재단의 네트워크화 <>경제계 공동 사회공헌 실행 프로그램 개발
<>기업윤리강령 실천을 위한 인터넷 "기업신문고 개설" 등을 계획하고 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