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건설 계열의 대한종합금융이 1년만에 다시금 영업정지 조치를 받으면서
건설업을 기반으로 한 기업이 소유한 종금 증권 보험사들이 거의 몰락했다.

공교롭게도 금융구조조정 1년새 건설업체 계열의 2금융권 기관들이 잇달아
쓰러진 것이다.

이에따라 금융기관의 대주주 자격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들이 주로 대주주나 계열기업에 대한 편법 여신으로 인해
부실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융기관 대주주의 자격심사를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금융계에서는 대주주의 부실이 계열 금융기관의 부실을 초래한 대표적
인 사례로 지난해 7월 인가취소된 새한종금을 꼽는다.

새한종금은 96년11월 산업은행으로부터 거평그룹에 인수되기 전까지만해도
업계 선두를 다투던 우량 종금사의 하나였다.

그러나 거평그룹에 인수된지 1년만에 빈껍데기 회사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
이다.

금융감독원의 새한종금 실사에서 이 회사는 대주주의 압력으로 인해
거평산업개발 거평 등 7개 계열사에 불법으로 자금을 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따라 새한종금 청산재단은 나승렬 거평그룹 회장을 상대로 8백억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 승리하기도 했다.

거평그룹은 또 한남투자신탁의 대주주로써 자금사정이 어려운 다른 계열사
의 기업어음(CP)를 불법으로 인수케 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인가취소된 한길종금도 대주주인 성원토건그룹에 무려 3천59억원의
불법 대출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 실사를 통해 14개 협력업체를 중간에 세우는 방식으로 돈을 무한정
으로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마구잡이 여신이 부실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셈이다.

금감원은 이번에 영업정지된 대한종금의 경우도 대주주인 성원건설을 비롯한
계열사 여신이 5천억원이상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나라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진정한 의미의
금융기관 주인 찾아주기는 주주와 직원 고객들에게 경영을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에 주인을 찾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앞서 투명한 경영을
확보하는게 더욱 강조돼야 한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문을 닫은 금융기관들은 대부분이 대주주의
자격이 함량미달이었다고 보면 된다"며 "대주주가 계열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빼낼 생각만 하고 있는데 어떻게 망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따라 소유주가 분명한 금융기관의 경우 부실이 발생했을 때 대주주에게
보다 분명한 책임을 묻을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부실 생명보험사 매각 등에서 보듯이 국민의 세금으로 부실이 보전되는데
대주주는 지분소각만으로 책임추궁이 끝난다면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 김수언 기자 soo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