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장이 상무의 발을 닦아 준다?"

우리의 전통 기업 문화로는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 국내 대기업의 판매
확대 결의 대회에서 벌어졌다.

10일 충남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열린 삼성전자 국내 판매 사업부의 "판매
도전 계약식" 현장.

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는 이상현 부사장은 이날 팀별로 2.4분기 판매목표를
세운후 "영업맨들의 생명은 발"이라면서 상사가 부하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의식을 가졌다.

이 부사장이 국내판매 사업부 소속 임원 8명의 발을 씻어주고 임원들은
다시 1백여 지점장의 발을 닦아 주었다.

침체된 내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회사는 영업맨들의 "노력"에 절대적으로
기대한다는 메시지였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세족행사를 개최한 것은 금전적인 보상체제로는 매출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삼성전자 국내판매사업부는 IMF이후 분기별로 팀당 1백50억원에서
1천5백억원의 판매목표를 정하도록 하고 목표 달성도에 따라 1천만원에서
5천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내수시장이 워낙 침체되어 이 제도는 큰 효과를 얻지 못했다.

지난해 회사전체의 매출액은 20조원으로 97년(18조4천억원)보다 1조6천억원
이 늘었으나 내수시장 판매액은 6조5천억원으로 97년(8조원)보다 1조5천억원
이나 줄어들었다.

이 부사장은 "영업부서 직원들은 재미가 있고 긴장도 하고 또 서로 경쟁
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면서 "교황청의 종교의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행사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부서직원들에게 1등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지난 여름에는
50여명의 승진자를 대상으로 청계산 정상에서 사령장을 수여하기도 했다며
새로은 자극제를 계속 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박주병 기자 jb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