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의 갈등극복 새 희망찾기..정은숙씨 시집 '나만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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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은숙(37)씨는 몇해전 대관령을 넘다가 "첫눈 조심"이라는 팻말을
보았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길이 미끄러워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안내 문구다.
그러나 시인의 눈에는 단순한 경고문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길가에서 얻은 시가 새 시집 "나만의 것"(민음사) 머리에 얹혀 있다.
"첫눈은 마음을 해치는 도적/도적떼들이 인간의 마을을 급습하자/사람들
눈과 귀를 미리 내어준다//내 눈을 감겨다오, 귀를 막아다오/네가 마음을
갉아먹는 소리/다 들을 수가 없구나"("첫눈" 전문)
시인의 눈은 평범한 풍경속에 숨겨진 의미들을 찾아 늘 열려 있다.
때로는 눈길이 닿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가 닿는다.
그의 시에 담긴 그림은 세상의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선 위에 걸쳐져 있다.
삶의 주체인 "나"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 눈 내리는 풍경 속에
혼자 선 "자아"와 내 마음을 갉아먹는 "타아"가 길항관계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대립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갈등과 화해를 반복한다.
두번째 작품 "봉인된 희망"도 그렇다.
"한때 그가 나를 이용했다고/울었던 적이 있다. 이제 나는/그 사실이
기쁘다, /그가 나를 이용했기에 나 그를 잊을 수 있으니"
"그"를 잊는 일은 "희망을 다시 가지려 한다"는 의지의 또다른 표현이다.
"젖은 풀 위"에서 서서히 차가워져 가는 몸이 "경쾌한 햇살에 은륜을 빛냈을
자전거"를 타고 "어둠의 페달"을 밟으며 지나온 풀밭에는 새로운 열림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곧 "나"를 극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표제작에서 그는 "눈에 비치는 세상, 어찌/그 속에서 생을 발견할 수 있을지
/내 안의 우물 깊은 곳을 응시하면/그 물 위로 뜨는 구름, 볼 수 있으련만"
이라고 읊는다.
그의 시는 눈에 보이는 세계의 수평적 경계확장뿐만 아니라 내면의 "우물"과
"구름"을 통한 수직적 교감까지 영역을 넓혀간다.
이는 "당신과 내가 몸을 맞대고 누운 사이/영원이라는 이름의, 순수라는
제목의/거짓말꽃이 오래 핍니다"("거짓말꽃")라는 대목에서도 드러난다.
"나만의 것"에서 뻗어나간 뿌리가 자아와 타아의 몸이 맞닿은 곳에서
"향기가 독해 오래 가는" 절대의 꽃을 피우는 이치.
그가 "길을 잃은 자리에서/꽃을 찾아 향기를 맡아본 그날 이후/헤매지
않는다"고 고백하는 진실한 "마음의 고향"이 그곳에 있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2일자 ).
보았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길이 미끄러워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안내 문구다.
그러나 시인의 눈에는 단순한 경고문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길가에서 얻은 시가 새 시집 "나만의 것"(민음사) 머리에 얹혀 있다.
"첫눈은 마음을 해치는 도적/도적떼들이 인간의 마을을 급습하자/사람들
눈과 귀를 미리 내어준다//내 눈을 감겨다오, 귀를 막아다오/네가 마음을
갉아먹는 소리/다 들을 수가 없구나"("첫눈" 전문)
시인의 눈은 평범한 풍경속에 숨겨진 의미들을 찾아 늘 열려 있다.
때로는 눈길이 닿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가 닿는다.
그의 시에 담긴 그림은 세상의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선 위에 걸쳐져 있다.
삶의 주체인 "나"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 눈 내리는 풍경 속에
혼자 선 "자아"와 내 마음을 갉아먹는 "타아"가 길항관계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대립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갈등과 화해를 반복한다.
두번째 작품 "봉인된 희망"도 그렇다.
"한때 그가 나를 이용했다고/울었던 적이 있다. 이제 나는/그 사실이
기쁘다, /그가 나를 이용했기에 나 그를 잊을 수 있으니"
"그"를 잊는 일은 "희망을 다시 가지려 한다"는 의지의 또다른 표현이다.
"젖은 풀 위"에서 서서히 차가워져 가는 몸이 "경쾌한 햇살에 은륜을 빛냈을
자전거"를 타고 "어둠의 페달"을 밟으며 지나온 풀밭에는 새로운 열림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곧 "나"를 극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표제작에서 그는 "눈에 비치는 세상, 어찌/그 속에서 생을 발견할 수 있을지
/내 안의 우물 깊은 곳을 응시하면/그 물 위로 뜨는 구름, 볼 수 있으련만"
이라고 읊는다.
그의 시는 눈에 보이는 세계의 수평적 경계확장뿐만 아니라 내면의 "우물"과
"구름"을 통한 수직적 교감까지 영역을 넓혀간다.
이는 "당신과 내가 몸을 맞대고 누운 사이/영원이라는 이름의, 순수라는
제목의/거짓말꽃이 오래 핍니다"("거짓말꽃")라는 대목에서도 드러난다.
"나만의 것"에서 뻗어나간 뿌리가 자아와 타아의 몸이 맞닿은 곳에서
"향기가 독해 오래 가는" 절대의 꽃을 피우는 이치.
그가 "길을 잃은 자리에서/꽃을 찾아 향기를 맡아본 그날 이후/헤매지
않는다"고 고백하는 진실한 "마음의 고향"이 그곳에 있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