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이타닉".

사상최고의 제작비 2억5천만달러(3천억원)를 투입한 이 영화는 전세계에서
입장권수입, 비디오, 음반, 캐릭터판매액등을 합쳐 32억달러(3조8천4백억원)
를 벌었다.

투자액의 13배 가까이 뽑아낸 셈이다.

돈벌이만이 아니다.

이 한편으로 생겨난 일자리도 엄청나다.

"타이타닉"제작에 참여한 인원은 1만여명.

배우, 엑스트라, 촬영진, 현장스텝, 각종 특수장비 전문가, 단순용역직원
까지 다양한 인력이 동원됐다.

비디오, 캐릭터, 음반의 제작과 유통등 파생분야에 관여한 인력까지 합한
다면 "타이타닉"의 고용창출효과는 훨씬 크다.

할리우드에 "타이타닉"이 있다면 한국엔 "쉬리"가 있다.

개봉 53일째인 지난 6일까지의 관객수는 서울기준 1백95만명(전국 약
4백70만명).

이미 한국영화로서는 사상최고의 흥행을 기록했고 국내외 영화를 통틀어
최고의 관객(2백26만명)을 동원했던 "타이타닉"마저 침몰시킬 기세다.

"쉬리"는 흥행성적뿐 아니라 "문화벤처"의 성공케이스로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했던 "쉬리"엔 35억원의 제작비(마케팅비용 포함)
가 투입됐다.

삼성영상사업단이 31억원을, 산업은행캐피탈이 4억원을 댔다.

서울관객 2백만명(전국 4백80만명)을 기준으로 할때 예상되는 극장수입은
1백10억원.

여기에 비디오, 음반, TV판권, 수출, 기타 캐릭터판매수입까지 합할 경우
약 1백30억원의 총수입이 예상된다고 삼성영상사업단은 밝혔다.

투자비의 3배이상이 남는 장사다.

"쉬리"의 제작에 동원된 인력수도 만만치 않다.

8개월의 제작기간동안 촬영현장에서 움직인 스탭이 1백여명.

동원된 엑스트라만도 3천여명이다.

후반작업, 배급, 마케팅, 홍보, 극장직원, 관객수 체크요원등 개봉단계
까지의 인력을 포함하면 약 4천여명이 "쉬리"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일했다.

출판, 캐릭터, 음반등 파생분야의 종사자까지 합하면 고용효과는 더욱
커진다.

영화를 비롯한 문화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일뿐 아니라 연관분야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다.

그만큼 산업육성으로 인해 기대되는 고용창출효과도 높다.

<>영화산업육성 지금이 기회 =국내 영화산업은 60년대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예술"과 "오락"의 틀을 벗어나 "산업"으로서의 토대를 마련해가고 있다.

정부에서도 영화, 음반, 게임, 방송영상등 문화산업분야를 21세기 기간산업
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아래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영화에 관객들이 몰리고 영화제작이 "돈버는 사업"로 떠오르면서 금융
자본이 영화계로 몰리고 있다.

"퇴마록" "접속"등에서 짭짤한 수익을 올린 일신창업투자는 연간 30억원에
머물러 있던 영화부문 투자액을 올해 1백억원대로 대폭 확대했다.

지난해 "짱" "엑스트라"등에 20여억원을 투자했던 삼부파이낸스는 올해
"용가리"와 시네마서비스가 제작하는 영화 7편등에 1백억원을 투자할 예정
이다.

정부도 50억원의 예산을 확보, 5개 영상전문투자조합 결성을 지원키로 했다.

최근 영상산업에 대한 투자가 중소기업 창업지원법상 "프로젝트 투자"로
인정받아 각종 세제혜택을 받을수 있게 돼 이 분야에 대한 투자는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영화판에 돈이 돌면서 제작도 활기를 띄고 있다.

한국영상자료원는 현재 총78편의 영화가 제작중이거나 개봉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이중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 "이재수의 난" "자귀모"등은 20억원 이상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들이다.

최초의 한불합작영화인 "이재수의 난"엔 순제작비만 35억원이 투입됐고
1백30여명의 제작진과 9천여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됐다.

<>유통배급망 확보등 인프라구축 시급 =영화산업은 전형적인 벤처산업이다.

"대박"을 터뜨리면 이전의 흥행실패를 단숨에 만회할수 있을 정도로 큰
수익을 챙긴다.

실패하면 전부를 날릴 수도 있다.

지금 영화산업에 금융자본이 몰리는 것은 "장사"가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수익율이 떨어지면 언제라도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는게 자본의
속성이다.

업계관계자들은 국내 영화산업이 할리우드의 공세에 맞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일정물량 이상의 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안정적인
배급망 확보와 투자자의 위험부담을 줄일수 있는 제도적인 안전장치가 필수적
이라고 지적한다.

"전국에 최소한 5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한 메이저 배급사가 있어야
합니다. 영화란 스크린에 걸려 관객이 볼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해외수출도
물량이 확보돼야 조직적으로 움직일수 있죠. 영화계의 인력 또한 시장규모가
어느정도 형성돼야 분야별로 전문화될수 있습니다"(유인택 한국영화제작가협
회장.기획시대 대표)

전문가들은 영화 저변확대와 질적향상을 위해 상업적인 불안요소 때문에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예술영화나 실험적인 작품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우수 인력을 발굴하고 양성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일본에선 지난 61년 아트시어터 길드(ATG)라는 예술영화전용관 조합을
설립해 예술영화와 독립프로덕션에 대한 영화제작비를 지원했다.

이마무라 쇼헤이, 모리타 요시미츠등 국제무대에서 각광받고 있는 일본
영화감독들이 ATG출신이다.

영화와 방송을 연결시키는 통합시청각정책도 영화산업진흥을 위한 방편으로
제시된다.

김혜준 한국영화연구소 부소장은 "비상업적 영화는 극장상영만 염두에
둔다면 기획자체가 어려울수 있다"며 "영국BBC의 채널4처럼 다양한 작품들이
제작돼 평가받을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표전산화등 유통구조의 선진화도 시급한 문제.

거래비용을 절감해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전반적인 영화산업의 활성화에
기여할수 있다.

<>해외로 눈돌려야 =지난해 국내에서 동원된 관객수는 5천25만명.

이중 한국영화는 약 1천2백60만명을 동원해 약 24%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흥행수입(매출)은 2천5백80억원.

"현실적으로 2005년까지 국내영화시장이 50% 성장한다고 가정했을때 예상
관객수는 7천5백만명이고 흥행수입은 현재입장료 기준으로 약 3천8백억원
입니다. 한국영화가 40%를 점유한다고 해도 1천5백억원정도죠. 국내시장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해외진출을 적극 모색해야 합니다"(김휴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최근 국내영화 수출에 날개가 돋고 있다.

SF영화 "용가리"는 2백70만달러 규모의 해외 프리세일에 성공했다.

"쉬리"의 경우도 아시아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수입문의가 활발하다.

프랑스 국립영화센터로부터 1백만프랑(2억2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은
"이재수의 난"에 대한 프랑스 영화계의 관심도 높다.

정부는 국제영화제 참가등 국산영화의 해외진출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해외수출을 위해선 국제교류와 공동제작등을 통해 세계무대에 진출할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박성완 기자 ps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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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 주신분 =김재범 명지대교수,
김혜준 한국영화연구소 부소장,
신철 신씨네 대표,
유인택 기획시대 대표,
김휴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노종윤 삼성영상사업단 과장,
구문모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