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리포트] '기사회생'의 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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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일본 주식에 투자하지 않은 사람은 팔불출의 하나다"
요즘 월가에서 공공연히 나도는 말이다.
그만큼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 일본 붐이 뜨겁다.
올 1.4분기 중 도쿄 증시의 닛케이 평균주가가 14.4%나 치솟은 데는 미국을
비롯한 외국 투자자들의 "사자" 행렬이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월가에 "일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주역들 중 상당수가 미국 증시의
앞날에 대한 비관론자들이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모건 스탠리 증권의 바튼 빅즈 같은 사람은 TV 대담 등에서 투자자들을
향해 "미국 주식을 팔아라. 일본과 아시아의 이머징 마켓 쪽으로 눈을
돌려라"는 주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인 구조개혁에 나서기 시작한 점 등을 그
논거로 들고 있다.
미국과 유럽 증시가 최근 몇년간 지속돼 온 활황으로 오를 만큼 올라 있다는
점도 꼽는다.
대체시장을 찾을 시점이 됐다는 얘기다.
물론 최근의 느닷없는 일본 붐에 대한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일본 기업들이 내놓은 구조개혁 플랜은 아직 구체적으로 실천된 게 없는
"장미빛 청사진"에 불과할 뿐, 일본 경제의 현실은 여전히 암담하다는
지적이다.
실업률은 전후 최고수준을 연일 경신하고 있고 내수경기 역시 좀체로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단지 기업들의 "구조개혁 계획서"만을 믿고 달려드는 것은
신기루를 붙잡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매몰찬 반론도 나오고 있다.
이런 논란에도 아랑곳없이 "일본행" 꼬리표를 단 뭉칫돈의 행렬은 갈수록
붐비고 있다.
지난달 둘째 주에는 외국 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가 64억5천만달러에
달했다.
일본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통계에 집어넣기 시작한 82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일본 기업들의 자금 빈혈증 탈출도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90년대 초반 이후 "탈 일본"의 맨
앞줄에 섰던 장본인이 월가 자본이었고 보면 금석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주목되는 것은 특정 외국 증시를 "얼르고 뺨치는" 월가의 몸놀림이 최근들어
부쩍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단 일본 뿐이 아니다.
한국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비롯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콜롬비아
등 중남미 이머징 마켓들에 이르기까지 월가 자본의 "재진출 러시"가
두드러지고 있다.
금세 몰락하고 말 것 같았던 이머징 마켓들이 하나 둘 씩 되살아나고 있는
이면에는 바로 월가 자본의 적극적인 개입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도와주기 위해서는 아니다.
조금의 불안 요인만 보여도 가차없이 회수에 나서는 반면, 가능성이 보인다
싶으면 언제 그랬냐 싶게 앞다퉈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막대한 프리미엄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콜롬비아의 국채를 인수하면서 미국 재무부채권(TB) 수익률의 2배가 넘는
연 11.6%를 선 이자로 뗐는가 하면, 한국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로부터도
각종 채권에 투자하면서 두자리 수의 금리를 챙긴 사실을 잘 알려진 얘기다.
한국이 요즘 외환위기 이전 수준의 활황을 만끽하고 있다지만 홀로 설 수
있는 "경제 펀더멘틀"을 갖추지 못하는 한 월가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것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9일자 ).
요즘 월가에서 공공연히 나도는 말이다.
그만큼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 일본 붐이 뜨겁다.
올 1.4분기 중 도쿄 증시의 닛케이 평균주가가 14.4%나 치솟은 데는 미국을
비롯한 외국 투자자들의 "사자" 행렬이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월가에 "일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주역들 중 상당수가 미국 증시의
앞날에 대한 비관론자들이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모건 스탠리 증권의 바튼 빅즈 같은 사람은 TV 대담 등에서 투자자들을
향해 "미국 주식을 팔아라. 일본과 아시아의 이머징 마켓 쪽으로 눈을
돌려라"는 주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인 구조개혁에 나서기 시작한 점 등을 그
논거로 들고 있다.
미국과 유럽 증시가 최근 몇년간 지속돼 온 활황으로 오를 만큼 올라 있다는
점도 꼽는다.
대체시장을 찾을 시점이 됐다는 얘기다.
물론 최근의 느닷없는 일본 붐에 대한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일본 기업들이 내놓은 구조개혁 플랜은 아직 구체적으로 실천된 게 없는
"장미빛 청사진"에 불과할 뿐, 일본 경제의 현실은 여전히 암담하다는
지적이다.
실업률은 전후 최고수준을 연일 경신하고 있고 내수경기 역시 좀체로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단지 기업들의 "구조개혁 계획서"만을 믿고 달려드는 것은
신기루를 붙잡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매몰찬 반론도 나오고 있다.
이런 논란에도 아랑곳없이 "일본행" 꼬리표를 단 뭉칫돈의 행렬은 갈수록
붐비고 있다.
지난달 둘째 주에는 외국 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가 64억5천만달러에
달했다.
일본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통계에 집어넣기 시작한 82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일본 기업들의 자금 빈혈증 탈출도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90년대 초반 이후 "탈 일본"의 맨
앞줄에 섰던 장본인이 월가 자본이었고 보면 금석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주목되는 것은 특정 외국 증시를 "얼르고 뺨치는" 월가의 몸놀림이 최근들어
부쩍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단 일본 뿐이 아니다.
한국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비롯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콜롬비아
등 중남미 이머징 마켓들에 이르기까지 월가 자본의 "재진출 러시"가
두드러지고 있다.
금세 몰락하고 말 것 같았던 이머징 마켓들이 하나 둘 씩 되살아나고 있는
이면에는 바로 월가 자본의 적극적인 개입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도와주기 위해서는 아니다.
조금의 불안 요인만 보여도 가차없이 회수에 나서는 반면, 가능성이 보인다
싶으면 언제 그랬냐 싶게 앞다퉈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막대한 프리미엄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콜롬비아의 국채를 인수하면서 미국 재무부채권(TB) 수익률의 2배가 넘는
연 11.6%를 선 이자로 뗐는가 하면, 한국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로부터도
각종 채권에 투자하면서 두자리 수의 금리를 챙긴 사실을 잘 알려진 얘기다.
한국이 요즘 외환위기 이전 수준의 활황을 만끽하고 있다지만 홀로 설 수
있는 "경제 펀더멘틀"을 갖추지 못하는 한 월가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것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