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회장단 회의가 달라졌다.

지난 2월 총회에서 새로 선임된 업종 대표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당장 8일 회장단회의 직후 나온 발표문에는 예전에 찾기 어려웠던 내용이
눈에 띈다.

"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Y2K문제)"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 운동"
등이 그것이다.

그저 상징적인 제목만 있는 것이 아니다.

Y2K 문제의 경우는 "솔루션 툴(solution tool) 공동구매, 표준계약서 작성
등 비용절감을 위한 공동사업을 펼치기로 했다"는 내용에서 보듯 "회장"들이
다루기에는 전문적인 용어가 담겨 있다.

소프트웨어 정품 사용의 경우도 이전 같으면 "사소한 문제"로 여겨지기
쉬웠다.

최소한 재계 총수들이 한달만에 만난 자리에서 나올 얘기는 아니었다.

Y2K 문제는 회장단 가운데 조양호 대한항공 사장이 챙기고 있는 사안이다.

비교적 젊은(50세) 그가 Y2K 특위장을 맡으면서 진행 속도가 빨라졌다.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 운동과 관련해서는 2월 총회에서 새로 선임된 이용태
삼보컴퓨터회장이 주목된다.

회장단 가운데 정보통신 전문가가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의미있는 기업
활동의 하나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젊은층과 전문가들이 회장단회의의 분위기를 바꿔가고 있는 셈이다.

회장단 회의 개편후 두번째 회의지만 벌써부터 회장단회의에 활기가
넘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이런 변화 때문이다.

여기다 이건희 삼성회장, 구본무 LG회장 등은 출장 등의 이유로 최근
회장단 회의에 불참하는 일이 잣아 전경련 회장단회의가 "상위그룹의 사랑방"
이란 이미지는 벌써 없어졌다.

당장 이날만 해도 5대그룹 가운데선 전경련회장인 김우중 대우회장과
손길승 SK회장만 참석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재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키 위해 회장단을 확대 개편한
김우중 회장의 구도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위원장 선임을 끝낸 20개위원회와 함께 보다 전문적이면서도
다양한 정책 대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