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액션"(조나단 하 저, 김인숙.은정 공역, 김영사, 8천9백원)은 미국
최대의 환경 법정 사건을 다룬 논픽션이다.

탄탄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전개, 충격적인 반전의 연속이 소설의 재미를
능가한다.

거기에다 논픽션이 주는 생생함과 긴장감이 덧붙여져 한번 잡으면 손을 놓지
못하게 된다.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은 책의 두께에 지레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만만치 않은 분량이지만(4백80여 페이지) 30페이지만 읽으면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틀동안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이 책을 읽는데 정신이 빠져 있었다.

이 책은 대기업의 유해폐기물로 인해 한 마을의 어린이 8명이 백혈병으로
목숨을 잃은 "워번 소송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슐릭만 변호사는 완벽한 인간은 아니다.

포르셰 자동차와 발리 구두, 최고급 호텔만을 고집하는 허영심 많은
변호사다.

명예심과 승부욕 또한 대단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진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줄 아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의뢰인들을 위해 기꺼이 파산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두 가지 사실을 알려준다.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보통사람들의 생활은 우리와 다를 게 없이 아프고
고달프다는 사실.

그리고 완벽하게 보이는 미국의 소송구조도 현실을 알고 보면 거짓과 위증,
연고주의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탁월한 법정 스릴러이다.

탄탄한 구성과 극적인 반전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아주 적합한 책이다.

또한 환경문제와 미국 소송구조의 한계를 다룬 탓에 환경운동과 미국을 알고
싶은 법률전문가들에게도 꼭 한번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나는 요즘 이 책으로 인해 두 가지 숙제에 몰두하고 있다.

한국에도 수많은 "워번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우리 나라에 과연
슐릭만 같은 변호사가 얼마나 있는지를 자문하고 있다.

< 손광운 변호사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