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못 속이나 봅니다. 어머님이 하지 말라는 일을 결국 하게 됐네요"

두조시스템의 전경자(44) 사장은 언뜻 보면 평범한 가정주부다.

40대 아줌마 특유의 입담이 그렇고 붙임성도 그렇다.

그러나 사업에 대해서만은 프로의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전 사장은 제품을 알리기 위해 하루종일 거래처와 골프용품숍을 전전한다.

일반인들이 꺼려하는 언론사에도 스스럼없이 드나든다.

그녀의 꼼꼼함과 극성스러움은 하청업체 사장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전 사장이 뒤늦게 가정을 박차고 나와 사업가로 변신한 것은 타고난 끼
때문이란다.

"아이들은 다 커가는데 평생 솥뚜껑 운전만 하나싶어 서글퍼지더군요.
더 늦기 전에 뭔가 해보고 싶었어요"

전 사장은 이런저런 구상을 하다가 골프백에 손을 댔다.

주말 골퍼인 남편으로부터 기존 골프백이 불편하다는 투덜거림을 듣고서
였다.

골프에 대해선 전혀 몰랐지만 남편의 골프백을 유심히 들여다보자 아이디어
가 번쩍 떠올랐다.

"뜨개질을 잘하시던 어머니는 바느질 잘하면 여자 팔자가 드세진다며 어렸을
때부터 못하게 말리셨지요. 하지만 봉제가 중요한 골프백을 만들게 됐으니
금기의 영역을 깨뜨린 결과가 됐네요"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직접 디자인한 그림을 금형업체에 맡기면 원하는 모양이 나오지 않았다.

어떤 곳에선 터무니없는 금형비를 요구했다.

"물정 모른다고 금형값을 2배 넘게 챙겨간 곳도 있었어요. 처음엔 분하더니
꼭 성공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겨나더군요"

전 사장은 "그후에 금형업체를 고르기 위해 용인지역을 6개월간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며 "디자인과 금형에 매달리면서 3억여원을 까먹고 나서야
마음에 드는 제품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