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수입명품시장의 고객확보싸움이 치열해지면서 판매업체들의 매장고급화
경쟁 또한 뜨거워지고 있다.

한개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상품을 사들이는 상류층 고객의 눈길을 끌려면
매장부터 최고급 인테리어로 치장해야 한다는 전략아래 업체들간에 보이지
않는 매장 꾸미기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롯데 갤러리아 등 대형 백화점에 있는 수입명품들의 매장을 치장하는데
드는 비용은 대략 평당 4백만원에서 6백만원대.

30평 크기의 매장이라면 줄잡아 1억5천만원이 들고 샤넬 루이비통처럼
50평 가까이 되는 매장은 2억원대를 가볍게 넘는다.

이는 매장 임차비용은 제쳐놓고 바닥재 상품진열대 거울 등 순수 인테리어
공사에만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한 수치다.

매장꾸미기에 평당 2백만원에서 3백만원을 쓰기도 버거운 국산 브랜드들와
비교하면 두배는 족히 되는 비용이다.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무엇보다 기본적인 매장 골격을 해외본사가
규정한 매뉴얼에 그대로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수입명품 본사들은 전세계에 퍼져 있는 매장의 외관과 이미지를
흐뜨러트리지 않는다는 방침하에 대리석 원목등 자재 자체를 수입품만 쓰고
국내에서는 시공만을 맡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명품 브랜드들은 매장 자체에 대해서도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저마다 최고급 점포임을 내세우며 매장 자체도예술품이나 다름없다고
자랑한다.

특히 불가리 크리스찬 디올등 최근에 오픈한 유명브랜드들은 후발주자로서
단기간내에 더많은 소비자들의 시선을 잡아당기기 위해 더욱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3월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에 오픈한 불가리는 다른 보석 브랜드와는
달리 전면을 넓고 투명한 창으로 개방하고 입구를 핑크빛이 도는 고급 대리석
으로 장식해 눈길을 끈다.

또 벽 뒷면에 설치된 간접 조명에 의해 불빛이 반사되게 설계해 실내를
부드럽게 표현했다.

불가리 숍의 포인트는 무엇보다 VIP룸에 있다.

매장안의 숨겨진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룸은 고가 보석을 사는 과정에서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하고 싶지 않은 고객들의 심리를 고려해 만들었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역시 3월말 오픈한 크리스찬 디올의 갤러리아 압구정점 매장 또한 업계의
화젯거리다.

전반적으로 흰색 색조가 깔려있고 캐비넷 느낌의 박스와 금속으로 처리된
프레임 등 디올의 현대적 이미지를 잘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매장은 브랜드 탄생 50주년 기념으로 97년에 리뉴얼 오픈한 파리
몽테뉴가의 부틱과 유사한 형태로 만들어졌으며 패션 인테리어 디자이너
피터 마리노가 설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피터 마리노는 미국 굴지의 백화점인 바니스 뉴욕과 캘빈클라인 조르지오
아르마니, 도나 카렌 등 기라성 같은 디자이너의 대형 숍을 디자인한
거물이다.

이 디자이너가 설계한 점포중 국내에서 볼수 있는 또 하나는 갤러리아
백화점 압구정점 1층에 있는 루이비통 매장이다.

잡화와 신발에서 의류까지를 토틀 부틱 형태로 취급중인 매장만이 그가
디자인한 곳이다.

이처럼 서울 청담동 로데오거리나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등은 마치 프
랑스 파리의 대표적 패션거리인 몽테뉴가와 이탈리아 밀라노 몬테나폴레오네
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인상을 준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