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를 맞아 기업들의 자금 운용전략도 크게 바뀌었다.

금리가 떨어지고 시중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예전처럼 자금을 넉넉하게
조달하려는 기업이 줄고 있다.

대신 기업들은 장단기 자금 수급계획을 꼼꼼하게 세우고 이에 맞춰 자금을
조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기업들이 자금운용에 자신감을 되찾은 셈이다.

금리가 뚝 떨어지면서 여유 자금을 맡길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는게
대기업 자금 담당자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우대금리를 적용받아 7~8%대의 싼 자금을 확보해도 여유돈으로 차입금리
수준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금융상품을 찾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삼성의 한 자금담당임원은 "이자소득에 따른 법인세(22%) 등을 감안하면
여유 자금으로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보다 일단 부채를 상환하는게
낫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기업어음발행 등을 통한 금융권 단기 차입은 선이자를 떼는 반면
금융상품은 일정 기간후에 이자수입이 발생해 내부 수익률을 맞추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포철은 3개월 단위로 자금계획을 수립한 후 남는 자금은 비싼 금리의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우선적으로 쓰고 있다.

예전처럼 투신사나 증권사의 단기 공사채형 수익증권에 투자하는 것보다
차입금을 상환하는게 유리하다고 판단해서다.

포철 관계자는 "국내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떨어짐에 따라 3백만달러의
양키본드를 재매입하는 등 부채를 상환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여유돈이나 싼 금리로 조달한 자금으로 높은 금리의
부채를 상환,금리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기로 업체인 동국제강은 지난해말부터 7차례에 걸쳐 4천억원가량의
회사채를 발행, 금융권 부채를 상환하는데 활용했다.

동국 계열의 한국철강도 회사채 발행을 크게 늘려 높은 이자율의 은행
차입금을 갚았다.

자금운용의 패턴이 급속히 바뀌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대 코아생산업체인 한국코아도 올초 3백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
대부분의 은행권 채무를 갚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에 비해 연간 30~40억원
정도의 금융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들어 무보증채 발행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도 회사채(정크본드)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산금리 및 제비용를 감안해도 회사채발행이 금융권 평균 차입금리보다
낮다는게 이들 회사 자금담당자들의 설명이다.

시중에 돈이 풍부해지면서 원자재를 어음 대신 현금으로 사려는 기업도
크게 늘고 있다.

현금을 끌어안고 있는 것보다 원부자재를 현금으로 사는게 여러 측면에서
낫다고 여겨서다.

현금으로 물대를 지급하면 그만큼 원자재를 싸게 살 수 있는데다 결과적으로
생산원가를 낮춰 영업이익을 더 많이 낼 수 있게 된다.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영업을 강화할 수 있다.

기업들이 보유 현금을 최소화하고 그나마 직접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경향을 보이자 은행 등 금융기관의 여신 담당자들은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우량기업에는 좋은 조건의 자금을 사용해달라고 권유하는 은행
관계자들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금시장의 선순환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부채를
갚는데 자금운용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