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윌리엄스는 코미디 배우다.

즉흥연기로 관객을 웃기는게 장기다.

하지만 억지춘향으로 웃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찧고 까부는 짐 캐리식의 호들갑스러움과는 다른 "웃음의 미덕"을 보여준다.

그의 코믹연기엔 삶의 따스함과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녹아 있다.

사회가 풀어야할 숙제, 인생의 고뇌까지도 슬쩍 비틀어 잔잔한 "미소"로
풀어낸다.

갑부집 외아들로 장난감에 파묻혀 지낸 어린시절, 스탠드 업 코미디언
으로서의 경력, 줄리어드대학에서 한 3년간의 연기공부 등이 그 탄탄한
코믹연기를 받쳐 주는 지렛대다.

그는 "패치 아담스"에서도 같은 색깔의 웃음을 선사한다.

패치 아담스는 헌터 아담스란 실존 의사의 삶을 토대로 꾸민 영화.

환자에게 메스를 대기에 앞서 웃음과 보살핌으로 마음과 영혼부터 치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헌터 아담스(로빈 윌리엄스)는 어린시절 아버지를 잃고 방황하다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그곳에서 웃음과 관심이 최고의 치유법임을 깨달은 그는 "상처를 치유하다"
는 뜻의 "패치"란 별명을 얻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그의 꿈은 사람들의 정신적 상처까지 보살피는 진정한 의사가 되는 것.

느즈막히 의대에 입학한 그는 익살과 재치로 환자의 마음을 보살핀다.

웃기려면 서커스단에 입단하라는 보수적인 학교측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의사면허증도 없이 산위의 허름한 집을 고쳐 친구들과 함께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료진료소도 운영한다.

동급생 연인 캐린(모니카 포터)이 살해당한 것을 비관해 자살하려 하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마음을 붙잡는다.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결론을 맺는다.

의사의 권위를 깔아뭉갰다는 이유로 그를 징계하기 위해 소집된 이사회는
그의 진심과 웃음을 통한 치료효과를 인정, 그에게 졸업장을 준다.

갖가지 기발한 에피소드 속에 녹아있는 로빈 윌리엄스의 웃음연기가 따뜻
하다.

환자보다 의사의 권위와 병원의 질서를 우선시하는 의료사회에 맞서는 그의
몸짓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콘 에어"에서 니콜라스 케이지의 부인역으로 얼굴을 알린 모니카 포터 등
조연들도 웃음과 눈물의 농도를 짙게 한다.

"에이스 벤츄라" "너티 프로페서" "라이어 라이어"로 히트를 쳤던 톰 새디악
이 메가폰을 잡았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