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금융기관과 가계및 기업간에 "돈 떠넘기기"가 한창이다.

금리는 계속해서 떨어지는데 돈 굴릴데는 마땅치 않아서다.

대부분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예금금리를 인하하는 방법으로 자금유입을
막고 있다.

그런가하면 가계와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세일을 실시, 돈 밀어내기도 시도
하고 있다.

이에대해 가계와 기업들은 "예금 조기가입"과 "대출갚기"로 맞서고 있다.

가계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일시 여유자금을 서둘러 은행 단기저축성예금에
맡기고 있다.

기업들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 비싼 금리의 은행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이러다보니 은행들이 아무리 대출세일에 나서도 대출잔액은 쉽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서 금융기관 여수신금리와 시장금리는 꼬리를 물고 하락하고 있다.

만성적인 자금부족(수요초과) 상황이 자금잉여(공급초과) 상황으로 바뀌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돼 여유자금처분을 둘러싼 경제주체들의 신경전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은행들은 요즘 예금증가를 막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종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엄연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예금유입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은행들이 사용하는 최대 무기는 예금금리
인하.

조흥 외환 신한은행 등이 1일자를 기해 예금금리를 내렸다.

외환은행은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연 8.5%에서 7.3%로 낮췄다.

3개월짜리는 7.0%에서 5.5%로 내렸다.

한자릿수 금리시대에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인하폭이다.

그만큼 예금받기가 버거워졌다는 얘기다.

은행 관계자들은 "예금을 받아봤자 운용할 데가 없다"고 설명한다.

은행들은 이와함께 우대금리제와 네고금리제도 사실상 없앴다.

이들 제도는 은행들이 종전에 예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던 것.

한빛 조흥은행 등 상당수 시중은행들은 예금을 받기 위해 금리를 더 주는
것은 피하라고 지점장들에 신신당부하고 있다.

은행들은 예금운용처를 개척하는데도 여념이 없다.

특히 아이디어형 대출상품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한미은행은 주택담보대출에 마이너스대출 방식을 도입한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조흥은행은 융통어음(CP)을 담보로 1~3개월짜리 담보대출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규모는 5천억원.자금을 굴리기 위해 종금사 업무영역인 단기금융시장까지
파고드는 것이다.

외환 하나은행등은 빌린 돈을 빨리 갚지 말라며 최근 대출금 조기상환
수수료제도를 도입했다.

예대금리차(예대마진)이 줄어들자 은행들은 수수료 수입쪽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신한은행이 송금수수료를 일제히 올린게 대표적인 케이스다.

은행들은 또 자산운용의 수익성을 높이고 전문화하기 위해 펀드매니저 등을
제2금융권에서 영입하고 있다.

투자신탁회사들과 증권사들도 자금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신사들은 지난 3월이후 만기도래하는 단기공사채 자금의 이탈에 대비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현금자산비중을 높여 왔다.

최중문 한국투신 채권팀장은 "그러나 막상 자금이탈 규모가 미미하자
투신사들이 현재 잉여자금을 잔뜩 안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 3월동안 단기공사채에서 3조6천억원이 빠져 나갔으나 장기공사채
(2조7천억원)및 주식형(2조원)쪽으로 4조7천억원이 들어와 전체적으로
투신권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투신사 관계자들은 시중금리가 갑자기 오르지 않은 이상 자금이탈은 거의
없을 것으로 일단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유동성 확보차원에서 마련한 현금자산비중이 현재 각사마다
30-40%에 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사채형수익증권 잔고가 현재 2백21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투신권에서만
최소 50조원가량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대기자금으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들 자산은 대부분 연 4%대인 콜론과 연 6.7%대인 CP(기업어음) 등으로
운용되고 있다.

연 10% 수준의 공사채형 수익률을 맞추는데는 역부족이다.

특히 금융기관 보유한도 제한으로 회사채투자를 늘릴수도 없는 상황이다.

송길헌 대한투신 채권부장은 "시중금리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데다
회사채시장마저 죽어버렸기 때문에 잉여자금을 국공채 단기매매에 주로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최근 기존 투신 신설 투신 할것없이 잇따라 공사채형 수익증권 제시수익률을
잇따라 내리는 것도 이같은 상황에 따른 것이다.

일부 투신사의 경우 최근 1년짜리 상품의 제시수익률을 종전 연 10%대에서
연 9%대로 내렸다.

공사채형펀드의 수익률하락이 가속화될 경우 일부 자금이 주식형펀드로
옮길 가능성도 있지만 자금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급격한 이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고객예탁금 등 잉여자금을 그동안 콜론이나 투신 단기공사채로
운용해 왔으나 수익률하락이 이어지자 최근에는 신종 MMF(머니마켓펀드)로
옮기고 있다.

신종 MMF의 수익률이 연 6.5% 수준으로 콜금리보다 높은데다 환매수수료가
없기 때문이다.

< 장진모 기자 jang@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