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인들을 만나느라 정신이 없다.
하루에도 3-4명의 중소기업 사장이 직접 그를 방문해 기술자문을 요구해
온다.
어떤 사장은 아얘 자동차 백미러용 제품까지 들고와 결함을 고쳐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중소기업인들이 고박사를 애타게 찾는 이유는 그가 지난해 개발을 끝낸
표면개질 기술이 널리 알려지면서 부터이다.
표면개질기술이란 쉽게말해 물질 표면의 성질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테플론처럼 접착력이 약한 물질을 접착력이 강하게 바꾸고 물방울이
쉽게 맺히는 거울표면을 물방울이 맺히지 않도록 바꾸는 것이다.
"표면개질기술의 핵심은 물질 표면이 친수성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표면전체가 물을 붙잡게 되기 때문에 떨어진 물방울은 표면장력
을 잃고 납작하게 퍼져 재질 표면과 평행하게 되죠. 이렇게 처리된 표면은
접착력 또한 좋아져 표면위에 갖가지 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고 박사는 표면처리 재료공학분야에서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재료공학계
에서도 연구성과를 이미 널리 인정받고 있다.
지난 95년 세계재료학회에서 최고 하이라이트 논문으로 주목받은 뒤 지금
까지 세계 유수 학술지에 실린 표면처리 관련 논문이 40여편에 달한다.
지난 1월에는 이같은 업적을 인정받아 국내 과학자로는 드물게 세계인명
사전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고 박사가 표면처리분야중 특히 강점은 갖고있는 기술은 이온광을 이용한
개질기법.
고주파 이온 발사기로부터 아르곤 등 이온광을 재질의 표면에 쏘면서 그
위에 산소를 통과시켜 표면에 결합시킴으로써 표면이 친수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모든 물질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
이미 고 박사는 고분자소재에 이어 산화물, 금속 등에 이르기까지 표면
개질에 성공해 현재 국내외에 34건의 특허를 출원해 놓은 상태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특허를 획득했다.
"일반인들에게는 물방울이 안맺히는 자동차 백미러나 물안경 등에 이용되는
것으로 쉽게 생각되지만 사실 이 기술은 산업용으로 무궁한 응용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에어컨의 열교환기나 비닐하우스뿐 아니라 반도체분야의
박막제작, 염색, 인공장기 등 안쓰이는 분야가 없을 정도입니다"
고 박사가 개발한 기술은 국내 대기업및 중소기업에서 실제 제품개발에
응용돼 현재 10여개 제품이 생산중이다.
고 박사는 앞으로 표면개질의 매커니즘을 명확히 밝혀 내는 것과 함께
다양한 산업분야 응용연구에 집중할 생각이다.
연세대(물리화학석사)와 미국 러트거스대(기계재료공학박사)를 거쳐 일본
교토대 이온공학연구소에서 연구원을 지냈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