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8천여개 무역업체를 회원사로 거느린 한국무역협회에 요즘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지난달 10일 취임한 김재철(64) 회장은 강도높은 개혁 작업으로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취임후 이제 한달 남짓 지났을 뿐이지만 벌써 "개혁의 모범답안"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그는 "경제단체도 이제 회원사 위에서 군림하던데서 탈피해 명실상부한
서비스 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민간기업 경영 마인드의 도입을 활발히
추진중이다.

김 회장은 또 "할수 있다는 의지와 열성만 있다면 길은 열리는 법"이라며
"올해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수출업체가 앞장서 2백80억달러의 무역
흑자를 달성해 IMF 관리체제를 벗어날수 있게 될 것"으로 자신했다.

동원산업 회장이기도 한 그는 수산업계의 대부답게 "바다는 훌륭한 관광.
문화 자원"이라며 "한국판 뉴딜정책은 바다를 개발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고 역설하기도 했다.

본지 최필규 산업1부장이 삼성동 무역센터 50층 회장 집무실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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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회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취임 한달이 넘었는데 민간기업 경영과 비교해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무역협회는 비영리단체로 "코스트와 베니피트"(Cost&Benefit,비용과 수익)
개념이 몸에 배지 않았습니다.

또 협회내부의 신진대사 기회가 적어 분위기가 다소 침체돼 있지요.

민간기업 경영을 접목시켜 좀더 창의적이고 활동적인 단체로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어려울때 중책을 맡으셔서 어깨가 무거우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무역환경을 보면 결코 낙관할수 없는 상황인데 올 수출입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금융위기가 파급되다 보니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반면 수입장벽은 더 높아지고 있어요.

정부는 올 수출을 1천3백40억달러, 수입은 1천90억달러로 무역흑자가
2백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는데 저는 수입이 1천60억달러에 그쳐
흑자가 30억달러정도 더 날 것으로 봅니다.

할수 있다는 의지를 갖고 노력하면 2백80억달러 흑자는 가능할 것입니다.

여건이 어렵다고 포기할순 없는 일입니다"

-흑자 달성을 위해 무역협회가 계획하고 계신 사업을 소개하신다면.

"협회는 무역업계를 지원하는 심부름이 주업무입니다.

일차적으로 자회사인 한국무역정보통신의 무역정보시스템을 발전시켜
무역업체들이 통관이나 수출서류 업무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해 수출업체들이 인터넷으로 해외 바이어를 찾고
수출할수 있도록 지원하고 협회 직원들을 현장에서 뛰도록 만들려고 합니다.

협회 조직을 개편해 무역지원실을 신설한 것도 수출업체 지원을 강화
하겠다는 뜻입니다"

-지적하신 것처럼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각국이 수입장벽을 높이고
있습니다.

통상마찰을 줄이기 위한 민간업계의 노력이 강조되는 시점인데 협회 회장
으로 복안이 있으십니까.

"회장이 과거처럼 통상사절단을 따라 돌아다니는 방식으론 문제를 풀수
없습니다.

통상전문가들을 키우고 자료수집과 철저한 분석으로 논리적으로 맞서
실질적 성과를 거둘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조사부를 강화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봐달라고 사정하는 식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취임후 민간 경영마인드 도입을 역설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협회가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한달이 조금 지난 시점서 뭐라고 말하긴 빠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차츰차츰 달라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업이든 단체든 개혁은 직원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성공할수 있습니다.

의식개혁은 교육으로 가능합니다.

제가 경영하는 동원산업은 20여년간 매주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해 사내
교양강좌를 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천2백여회가 넘었습니다.

콩나물에 물을 주면 물은 곧바로 흘러내리지만 콩나물은 이 물을 조금씩
흡수하며 자랍니다.

교육은 바로 콩나물에 물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당장은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꾸준히 실시하면 효과를 얻게
됩니다.

협회에도 조만간 아침 교양강좌를 열 생각입니다"

-무역협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하는 일이 상당부분 중복
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특히 해외에 나가보면 많이 느낄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통합 주장조차 나오고 있는데요.

"사실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KOTRA는 직접 수출일선에서 뛰는 기관이고 회원사로 구성된
협회는 정책 기능을 보완하는 단체로 기능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환율과 무역제도, 인프라 등 한국이 경쟁국에 견줘 뒤떨어지는 부분은
없는가를 조사하고 건의해 정책으로 실현되는데 노력하겠습니다.

또 수출을 늘릴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데 힘쓸 생각입니다.

가령 지금 남대문이나 동대문에 가면 외국인 보따리 무역상들이 많습니다.

멀리 아르헨티나에서조차 보따리 바이어들이 옵니다.

이곳에 원스톱 서비스체제를 만들면 충분히 수출전진기지화할 수 있습니다.

또 김치를 보더라도 한국김치는 일본김치보다 더 맛이 좋습니다.

일본에서 나는 배추는 날이 따뜻하고 비가 많은 까닭에 물러 김치를 담가도
한국산보다 결코 맛있을 수가 없습니다.

마케팅만 잘하면 김치를 일본보다 더 많이 수출할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틈새를 협회가 찾도록 하겠습니다"

-취임후 자회사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시면서 수익성을 강조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회사 운영방향에 대해 한 말씀해 주십시오.

"협회는 서비스기관인 반면 코엑스나 한국무역정보통신, 공항터미널 등
자회사는 일정부분 수익성을 목표로 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경영은 최종적으로 손익과 "숫자"로 결정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일에는 항상 항상 비용이 필요합니다.

"인 풋"(Input,투입)보다는 "아웃 풋"(Output,산출)이 많아야지 반대는
곤란합니다.

일을 열심히만 하는 것보다 성과를 내는게 중요합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말했듯 망하는 회사는 일을 많이 하는 회사보다는
성과를 못내는 회사입니다"

-일하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요즘 한국경제신문이 벌이는 6시그마도 바로 일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
경영혁신 운동입니다.

"한국 사회의 최대 병폐는 한마디로 고비용 저효율구조라고 할수 있습니다.

6시그마 운동은 생산 관리 등 전과정을 수치화해 개선목표를 설정하고
프로세스를 바꾸는 21세기형 경영혁신 모델로 선진기업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운동이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국가나 단체,기업 모두 6시그마로부터 얻는게 많을 것입니다.

무역협회와 자회사도 6시그마 운동에 동참하려 합니다"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회의장및 무역센터 확충작업이 끝나면 협회의
자산이 크게 늘어납니다.

자산운용과 관리도 만만치 않으실텐데.

"공사가 완료되면 자산규모가 2조원 수준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자산운용을 맡게될 코엑스 사장에 전문경영인을 영입한 것은 여기에 대비
하기 위한 것입니다.

내년 3월이면 전시장이 현재의 배로 늘고 국제회의장도 3개에서 50개로
늘어나게 됩니다.

현재 한국 국제회의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정도에 불과한데 시설이
완공되면 수출 못지않은 성과를 거둘 것입니다.

ASEM 본회의 개최전에 두세차례 예행연습으로 국제회의를 유치해볼 생각
입니다"

-최근 구성된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장직을 새로 맡으셨는데 어떤 일을
하시게 됩니까.

기업지배구조는 기업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 아닐까요.

"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의 기업지배구조 기준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사회 구성과 역할, 주주의 권리와 의무등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한 일반적
사항에 대해 국제적 기준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베스트 프랙티스"
(Best Practice,모범규약)를 만들게 됩니다.

강제규정이라기 보다는 이런 기준에 근거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최소한
내용이 포함될 것입니다"

-동원산업 경영이 지난해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하는등 아주 좋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비결이 뭔가요.

요즘 워낙 어려워 귀 기울일 경영자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비결이 뭐 있나요(웃음).

뭐니뭐니해도 직원들이 열심히 한 결과입니다.

회장이나 사장 한 사람의 힘만으론 되지 않습니다.

동원의 정신은 "열성과 도전", 행동강령은 "원칙은 철저히, 작은 것은
소중히, 새로운 것은 과감히"입니다.

경영성과는 이 행동강령이 몸에 밴 사원들의 땀 덕분입니다.

꾸준한 교육도 한몫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돈은 쓰면 줄어들지만 사람의 능력은 쓸쓰록 커집니다"

-수산업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도 크신 것 같습니다.

넥타이도 물고기 디자인이네요(웃음).

"한국이 살길은 바다뿐인데 국민들이 바다를 너무 모른다는게 안타깝습니다.

바다는 자원의 보고입니다.

지구 표면의 71%가 바다이며 생물이 살수 있는 공간도 육지의 3백배 이상
입니다.

또 수출입의 99.7%가 바다를 통해 이뤄집니다.

(그는 이 대목에서 회장실 한켠에 설치된 커다란 지구의로 다가가 손가락
으로 한반도 인근을 가리켰다)

호주, 홍콩에서 부산으로 오는 해상운임과 부산에서 서울간 육상 운임이
거의 비슷합니다.

해상항로를 잘 개발하면 수출운임을 아주 싸게 할수 있습니다.

나아가 한국을 동북아의 "허브 포트"(Hub-Port,중심항구)로 만들어 중국
으로 가는 물동량이 한국을 거쳐가게 하면 컨테이너 한대당 2백달러의
수익을 얻을수 있습니다.

자동차 한대를 수출할때와 맞먹는 이익입니다.

중국 상하이 이북은 수심이 얕아 최대 1천2백개의 컨테이너를 실을수 있는
배밖에 들어가지 못해 허브 포트 전략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제주도와 남해안 섬은 세계적인 관광자원입니다.

개발만 잘하면 연간 1천만명의 관광객 유치는 어렵지 않습니다.

한사람당 1천달러를 쓰면 1백억달러의 흑자를 낼수 있습니다.

"한국판 뉴딜정책"은 바다를 개발하는게 돼야 합니다"

-회장님 얘기를 들으니 실업자 문제 해결도 바다에서 찾을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과 일본을 살펴보면 바다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국 방방곡곡"이란 말을 씁니다.

산골짜기 들어가 양반 행세하며 사는게 좋다는 뜻이죠.

그러나 일본엔 비슷한 의미로 "전국 진진포포"라는 말을 씁니다.

바다를 통해 밖으로 나간다는 의지가 포함돼 있습니다.

바다를 중요시하느냐 여부가 국가 운명을 갈라 놓은 셈입니다"

-"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이라는 유행가 가사도 바뀌어야
겠습니다.

(웃음)

"그렇습니다.

바다는 "이별"이 아니라 "야망과 비전"의 상징이어야 합니다"

-회장님 말씀을 들으니 협회의 발전이 눈에 보입니다.

역대회장보다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신다는데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스트레스를 담아두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게 도움이 됩니다.

IMF 체제이후 골프를 끊었다 최근 다시 시작했고 시간이 나면 산을
찾습니다"

< 정리=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