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시장이 문을 열고 외환자유화 1단계 조치(1일)가 취해지는 오는 4월은
한국금융에 새로운 한 획을 긋는 달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 같다.
선물환거래에 대한 실수요증명이 폐지되고 1년이하 해외단기차입이 허용되는
만큼 금융거래형태도 적잖은 변화를 보일 것이 확실하다.

원.달러옵션 등 파생금융상품 거래가 대폭 늘어나게 될 것은 너무도 분명
하다. 국내기업들의 단기 해외차입과 외국인 원화예금은 시간이 가면서
국내 금리와 자금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국내금융시장에 대한 외부적인 요인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대외거래에 대한 중대한 자유화 조치인 만큼 그것은 당연한 귀결
이고, 또 개방은 우리가 가지 않으면 안될 길이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도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은 글자
그대로 고위험시대가 눈앞에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에서 변화는 언제나 두렵고 위험스런 것이지만 외환자유화와 선물거래
는 특히 그런 측면이 강하다. 그동안 제도적으로 봉쇄됐던 선물환거래를
통한 환투기가 허용된다는 것만으로도 그렇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의 하나
였던 베어링 브라더스가 통화선물거래를 담당했던 직원 한 사람의 잘못으로
도산했던 선례 등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고도의 위험을 수반하는 거래지만 원.달러옵션 등 파생금융거래는 활성화될
것이 확실하다. 환율불안이 극심했던 환란상황이 해소됨에 따라 환율이
안정세를 되찾아 통화선물거래기반이 갖춰진데다 외국계은행들이 발빠르게
1일부터 파생금융상품 판매를 본격화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만 봐도 그러
하다. 환전상 등록자유화 등으로 국내 외국환은행들도 종전방식의 외환업무
에만 안주할 수는 없는 여건이기도 하다.

이같은 시장상황의 변화는 무엇보다도 먼저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철저한 시장논리, 곧 자율과 책임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환율과 금리 등
정책변수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안에서 결정되도록 해야할 것은 물론
이고 거래당사자인 은행과 기업관계자들도 책임의식에 확고해야할 필요가
있다. 경제안정을 위한 환율안정은 변할수 없는 정부의 책무지만, "국민소득
1만달러" 등 정치논리에 따른 환율정책운용의 어리석음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 또한 분명하다.

은행과 기업은 우선 고도의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훈련시켜 나가야할 것이다.
파생금융거래도 그러하지만 수출입대금결제방식도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종전방식에만 안주하는 것은 금물이다. 수출입대금상계 선수금 무신용장방식
수출입 등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없어지는 만큼 결제방식에 대한 합리적인
선택이 경쟁력을 가름하게 될 것이다. 위험도 많고 또 비용절감과 수익증대
기회도 커지는 글자 그대로 가능성증대시대인 만큼 채비를 새롭게 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