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요직인사가 있으면 등장하는 것이 신문의 인물평이다.

이 난을 통하여 이 시대 한국의 정계나 관료사회에서 환영받는 인물이 과연
어떠한 유형인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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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임명된 인사가 그동안 종사해온 일이나 전문분야, 정치적 성향에
대한 것을 평가하기보다는 출신지역과 학교, 성격과 주량, 부하들을 잘
챙기는지 여부가 중요관심사이다.

폭력조직도 아닌데 부하 챙기고 자기 사람 만들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고,술 잘 마시는 것이 공직생활을 잘하는데 그렇게 중요한
능력인지도 궁금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덕목(?)들이 한국사회에서는 출세의 요건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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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여성에게 애초부터 할당된 듯한 부처에는 남성금지구역처럼 언제나
여성이 임명되고, 반대로 그 밖의 부처에는 여성진입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전문성과는 상관없는 원칙 아닌 원칙이다.

특히 출신지역은 가장 중요한 한국적 인사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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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공직에 지역을 안배하여 임명함으로써 지역감정을 없애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가장 강조되는 지역안배원칙은 사실은 가장 기만적인 한국적 인사원칙이다.

역대 정부가 지역안배에 따른 정부인사의 공정성을 선전하였지만 현실은
중요공직을 특정지역이 독식하였음은 인사관련 통계가 증명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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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인사에 지역을 안배하여 임명하면 이 땅에서 지역감정이 없어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특정지역 출신을 장관에 임명하는 것과 그 지역사람들의 지역감정 완화도
와는 별로 상관없다는 것이 우리의 경험이다.

지역감정으로 정치생명을 이어가는 정치인과 지역감정의 볼모가 되어 있는
지역민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지역감정은 사라지기 어렵게 되어 있다.

비극이지만 우리의 국민의식이 그러하니 감수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 20세기
말 한국인의 운명이다.

그렇다면 지역안배 원칙은 포기하고 전문성 우선 원칙이라도 확립하는 것이
국가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인사의 공정성의 핵심은 지역안배가 아니다.

공직인사에서 지역적 독식이 문제이기보다는 능력과 전문성은 제쳐둔채
오로지 고향이 같다는 이유 때문에 그 자리를 차지하게 한다는 점이 문제
이다.

최근 한일어업협정을 둘러싸고 빚어진 미숙함과 혼란은 현대국가에서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조건이 무엇인가를 역력하게 보여 준다.

그것은 공직자의 출신지역도 아니고, 해당 업무와 무관한 경력도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대부분 어긋나게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해양수산부의 후임장관은 출신지역이 바닷가라는 점 이외에는
바다와 무관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바닷가 출신 해양수산부 장관의 임명이 그 지역 어민들의 불만을 누그려
뜨렸다는 소식 역시 들리지 않고 있다.

전문성과 청렴성이 검증된 적임자를 찾으려는 노력 대신 이런 저런 인연이
닿는 사람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포기하여야 한다.

옷깃이라도 스친 인연이 있어야 일을 맡기는 연고사회에서 널리 인재를
구한다는 말은 왠지 공허하게만 들리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호남 출신이나 충청도 출신이 정부요직을 독식한다는 비판만을
두려워 할 것이 아니다.

너무 이를 의식할 경우 역 차별에 대한 저항을 초래할 수도 있다.

오히려 능력과 전문성이 인정되는 사람이 아니라 전혀 문외한의 인물을
임명하는 인사관행을 바꾸어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신진인사를 영입하여 정치개혁을 달성하겠다고 한다.

그 대상으로 언론에서는 각종 시민단체 간부나 학생운동권 출신들을 도표
까지 그려가면서 설명하고 있다.

어떠한 인물이 참신한 신인인지는 바라보는 시각과 활용하고자 하는 용도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지금 필요한 사람은 정치지향형 인물이 아니다.

공직에서 물러나면 갈 곳 없는 정치낭인보다는 반 정치지향적인 전문가를
찾는 작업이 더욱 중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