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갈수록 늘던 은행의 대기업에 대한 여신이 작년에 줄어든 것은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은행의 대기업여신 축소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게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그렇다고 금융권 전체에 대한 빚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제2금융권에 대한 빚과 회사채 기업어음(CP) 형태로 지고 있는 빚은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 구조조정을 잘한 기업은 은행빚 줄였다 =삼성과 대우는 2,3위가
바뀌었다.

97년에 2위였던 삼성은 97년말 빚의 40.6%인 7조3백38억원을 줄여 빚규모
에선 현대 대우 다음을 차지했다.

롯데는 57대계열중 가장 큰폭인 40.9%(4천3백38억원)의 빚을 줄여 97년
22위에서 30대계열밖인 31위로 떨어졌다.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한 한화(8->9위) 대림(9->13위) 두산(12->16위)
코오롱(19->21위) 해태(21->24위) 새한(24->27위) 동양화학(39->43위)
금강(47->56위) 등도 빚서열이 하락했다.

<> 워크아웃기업의 은행빚은 늘었다 =14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계열의
은행빚은 97년말 16조8천2백23억원에서 작년말 17조9천2백62억원으로
1조1천39억원(6.56%) 늘었다.

이는 57개계열 전체의 은행빚이 17.74%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른 계열은 대부분 은행빚을 줄이는데 비해 워크아웃기업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워크아웃기업에 대해선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채권금융기관들이 "협조
융자"를 해줬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하는 등 기업개선계획에 따른 후속절차가
진행되면 워크아웃계열에 대한 빚규모는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워크아웃계열중에서 쌍용 동국무역 벽산 세풍 등 4개계열은 은행빚을
줄였다.

<> 새로 편입된 6개계열의 빚규모는 크게 늘었다 =새로 편입된 계열은 부영
화성산업 대림수산 무림 한국일보사 삼보컴퓨터 등 6개.

6개계열은 모두 작년에 은행빚이 크게 늘어났다.

6개계열 전체의 은행빚은 지난 97년말 1조3천8백59억원에서 작년말
1조8천3백64억원으로 4천5백5억원(32.51%) 증가했다.

<> 탈락한 10개계열도 은행빚을 줄였다 =여신잔액이 2천5백억원이하로 줄어
주채무계열 선정대상에서 제외된 곳은 삼환기업(98년 50위) 성원건설(52위)
태광산업(53위) 한일시멘크(55위) 애경(60위) 태평양(62위) 한국합섬(63위)
신화건설(64위) 사조산업(65위) 대구백화점(66위) 등 10개.

이들 10개계열은 작년에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해 구조조정
을 추진했다.

이 약정은 이번에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됐지만 앞으로 유효하다.

한일 거평 통일 두레 화승 등 5개계열은 법정관리나 화의절차를 밟고 있어
이번에 선정되지 않았다.

<> 비은행권 빚은 오히려 늘었다 =대기업들은 은행을 제외한 제2금융권의
여신과 회사채 기업어음(CP) 같은 여신성 부채는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기업들의 비은행권 빚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전체 빚규모가 드러날 경우 일부 기업은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 비공개이유다.

다만 관계자는 "은행빚은 줄었지만 전체금융권의 빚은 다소 늘었다"고
말했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