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이얀 CD롬을 시중보다 싸게 팝니다. 연락 주세요"

KRG소프트의 박지훈 사장은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자신이 개발한 "드로이얀"을 헐값에 판매한다는 메시지가 전자메일을 통해
배달됐기 때문이다.

불법 복제품을 암거래하던 업자가 박 사장을 몰라보고 메일을 보낸 것이다.

갖은 고생끝에 게임을 개발한 그로서는 당연히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불법 복제 사례는 부지기수다.

인기 상한가를 기록중인 게임 "스타 크래프트"가 국내에 수입된 것은 지난
97년4월.

수입사인 한빛소프트는 2년 가까운 기간에 22만개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회사는 판매량의 10배에 가까운 2백여만개의 불법복제된 제품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개당 가격이 3만2천원이니까 무려 6백40억원어치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정보통신부가 밝힌 국내 불법복제율은 67%.

미국(27%) 일본(41%)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실제 복제비율이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국내 게임업계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PC용 게임에서 불법
복제가 심해 국내 업체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5~6년전 게임 시장에 앞다퉈 참여했던 삼성 대우 LG 등 대기업들이 한꺼번에
손을 뗀 것도 복잡한 유통문제와 함께 이런 불법복제를 감당할수 없었기 때문
이다.

미국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회의 96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불법복제율을
미국 수준으로 낮출 경우 최소 1만6천여개의 일자리와 3천6백여억원의 세금
수입 증가를 기대할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2년 1년동안 불법소프트웨어를 집중적으로 단속했던 이탈리아의 경우
그 기간에 소프트웨어 시장이 4배나 성장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복제물
근절은 게임산업 육성에 필수적이다.

현재 시행중인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은 친고죄다.

피해자의 고소없이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물론 신고가 들어오면 수사기관의 수사가 뒤따르고 피해업체에 결과를
통보해 고소 여부를 묻게 된다.

하지만 영리목적이 아니면 처벌 근거가 없다.

개인적으로 집에서 즐기려고 복제하는 것까지 일일이 제한할수는 없다는
얘기다.

돈을 벌기위해 대량으로 복제품을 유통하는 것은 당연히 엄한 처벌이
따라야겠지만 그 전에 개개인이 정품 소프트웨어를 떳떳이 구입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사용자들의 애정없이는 게임산업 발전을 기대할수 없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