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적게는 하루에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을 주무르는 사람들이다.

증권사와 투자신탁회사들은 이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웃고 운다.

회사의 명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들은 감당하기 힘들 만큼 무거운 짐을 지고 있으나 유망직종
임에 틀림없다.

이같은 특성을 감안, 2000년대 자본시장을 이끌 인물들로 이들이 많이
꼽혔다.

보험업종에선 계리인이나 상품개발 등에 전문 지식이 있는 이들이 리더
그룹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면면을 소개한다.

-----------------------------------------------------------------------

[ 증권 / 투신 ]

조재홍 한국투신 펀드매니저는 63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뒤
89년 입사했다.

미국 드렉스웰 대학에서 국제금융연수를 받았으며 기획부 영업부 등을
거쳤다.

지난해 언론사로부터 "한국증시를 움직이는 10대 펀드매니저"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주식형 수익증권인 골든칩 1호등 70여개 펀드(자산규모 6천억원)를
운용중이다.

그는 5개 원칙을 정해 놓고 펀드를 운용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시장의 대세를 거스르지는 않되 때론 소수의 길을 선택하는 용기를 갖고
있다.

주식을 고를 때 수익성보다는 성장성을 중시하며 반드시 실적을 확인해
아는 기업에만 투자한다.

살 때는 소리없이,팔 때는 과감하게 매도한다.

실천(매매) 못하는 계획(예측)은 의미없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금년중 종합주가지수 최고치를 800선으로 전망하고 있다.

송길헌 대한투신 채권투자부장은 건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53년생.

주식운용부에서 4년6개월, 채권운용부에서 5년8개월을 근무했다.

지난 89년과 93년 재무부 증권발행과와 금융실명단에 파견돼 채권시장
활성화방안과 금융실명제 추진업무 등을 수행, 재무부장관 표창을 두번씩
이나 받았다.

최근 청와대가 채권동향을 체크할 때 반드시 송부장을 통한다는 후문.

운용면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중순부터 10월중순까지 채권운용을 통해 고객들의 신탁재산에서
8백27억원, 회사 고유재산에서 54억원등 총 8백81억원 규모의 투자수익을
올렸다.

국제금융및 정치상황을 감안한 세계적인 금리흐름과 국내 자금시장을
동시에 분석해 채권운용을 하고 있다.

송미옥 국민투신 구미동지점장은 59년생으로 아직 미혼.

투신업계 최초의 여성지점장.

이화여대 법학과 출신.

82년 국민투신 창립과 함께 공채 1기로 입사했다.

영업 조사 기획 홍보등을 두루 거친 재원이다.

지난해 7월 분당 구미동 지점장으로 발령됐다.

그의 무기는 무엇보다 고객친화력.

섬세함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금리예측뿐 아니라 부동산 세무 등 종합적인 재테크 상담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분당지역은 아파트 밀집지역인데다 주고객층도 여성이어서 물을 만난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점포를 만들겠다는게 목표다.

김현임 LG증권 채권영업팀 대리는 증권업계 유일의 여성 채권브로커.

양도성예금증서(CD) 산금채 등 단기채권 중개에 뛰어나다는 평.

지난해 단기채권 약정고는 약 4조원으로 이중 10억원 이상을 회사수익에
보탰다.

올 1월 이후 중개약정은 벌써 1조5천억원.

CD금리 선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중이며 금리선물시장에서도 활약이 기대
된다.

국공채 회사채 특수채 등 다양한 채권상품 중개로 채권중개 시장에서
신화적인 브로커가 되는게 포부.

68년생이며 서울 경복여상을 졸업했다.

지난 87년 입사, 2년만에 우수사원 표창을 받아낸 악바리다.

남성들에게만 주어지는 전문분야 사내육성 과정에 도전해 능력을 인정
받았다.

하면 된다는 의지와 고객에 대한 최상의 서비스로 최고의 브로커가 되는게
목표.

김호기 현대증권 투자신탁부장은 지난 97년7월 이후 현대증권이 증권업계
최대의 공사채형 수익증권 판매고(29조원)를 달성토록 한 주인공.

기존 투신사들이 수십년씩 수익증권을 판매했지만 1년8개월여만에 29조원의
시중자금을 끌어들여 시중금리를 낮추는데 기여했다.

지난해 주가 300선일 때 주식형 수익증권판매에 주력해 실력을 과시했다.

예리한 예측력으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상품을 판매해 고수익을 실현해
나가는게 특기.

현대증권의 초대형 주식형 수익증권인 "BUY KOREA" 펀드 판매도 담당하고
있다.

59년생이며 전남대 경영학과와 고려대 경영대학원 경영정보과 출신이다.

87년 입사해 과장 차장 부장 자리를 모두 특진으로 따냈다.

장기철 대신증권 목포지점 차장은 67년생으로 85년 목포상고를 졸업하고
대신증권에 입사했다.

국내 선물시장에서 마이다스의 손, 한국의 조지 소로스 등으로 통한다.

지난 2월 말에는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1면에 한국선물시장의 대표로
소개되기도 했다.

국내 선물시장이 단숨에 세계 2위(거래량기준)의 거대시장으로 자리매김
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97년말 외환위기로 주가가 반토막났을 때 선물투자 고객들에게 투자
원금의 10배에 가까운 수익을 올려줘 화제를 뿌렸다.

주식및 선물시장에 대한 끊임없는 공부와 연구가 장기이자 특기.

하루종일 시장변수 연구에 몰두한다.

그의 선물투자 원칙은 단 세가지.

단기투자, 현명한 손절매시기 포착, 다른 투자상품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
하라는게 일반투자자들에게 권하는 투자전략이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보험 ]

박규영 교보생명 계리팀 과장은 교보가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꼽는 "차차차
교통안전보험"을 개발한 주역이다.

97년8월에 첫선을 보인 이 상품은 판매 5개월만에 1백만건 계약을 돌파하며
보험상품의 슈퍼 밀레니언셀러 시대를 연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말에 2백만건 계약을 돌파했고 현재는 계약건수가 2백70만건에
달한다.

지금도 단일 보험상품의 계약고 최고치를 갱신해가고 있다.

박 과장은 86년 입사이래 줄곳 계리분야 업무를 맡고 있는 계리전문가다.

특히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상품의 벽을 허문 제3분야 상해보험상품 개발에
관심이 많다.

여사원들 사이에 베스트 드레서로 소문날 정도로 옷을 잘 입는 그는 각종
사내모임에서는 매너가 좋아 인기가 높다.

고려대 수학과를 졸업했고 지난 91년에 보험계리인(Actuary) 자격을 획득
했다.

조의주 푸르덴셜생명 차장은 지난 89년 국내 첫 여성보험계리인 자격을
따내 화제를 뿌렸던 장본인.

63년 서울 출신인 조 차장은 동덕여고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

교사생활을 하다 푸르덴셜생명이 학교에 수학과 어학능력이 뛰어나고 장차
회사경영까지 맡길 수 있는 인재를 추천했다는 소리를 듣고 인생설계를
바꾸기로 마음을 굳혔다는게 그의 설명.

입사이후 줄곧 보험계리인실에 근무해온 조 차장은 "종신보험분야에선
1등을 하고 싶다"는 말로 앞으로 포부를 대신했다.

계리인은 보험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게 주업무이지만 책임준비금 산정
에서부터 각종 리스크관리에 이르기까지 보험사 경영에 없어선 안되는
보험전문가.

그는 선진기법을 제대로 익히기 위해 미국 계리인자격에 도전하고 있다.

이범 삼성화재 특종업무팀 과장은 회사를 대표하는 건설공사및 배상책임
보험분야 언더라이팅(Underwriting :계약심사및 인수) 전문가다.

88년 입사이래 줄곳 이쪽 분야 업무를 맡으면서 해마다 매출실적을 50%
넘게 끌어올려 탁월한 업무능력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언더라이팅에 마케팅 개념을 접목하는 새 업무기법을 개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95년 지역전문가로 선발돼 미국 CHUBB보험사에서 1년동안 배상책임
분야에 대한 선진 언더라이팅 업무기법을 배우기도 했다.

이같은 업무능력이 감안돼 지난해 봄에는 KEDO(북한경수로사업) 관련 보험
프로그램 개발 실무자로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고 KEDO와의 보험협상에도
직접 참가했다.

고려대 수학과를 졸업한후 공군장교를 거쳐 88년 삼성화재에 입사했다.

취미는 아마 4단 실력의 바둑.

이용국 동양화재 보험수리실 과장은 중앙연수원에서 밤새기를 밥먹듯 한다.

89년 보험업계에 처음 발을 내딛었으니까 벌써 10년째 상품개발 업무를
맡고 있지만 소비자 입맛에 맞는 보험상품을 내놓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고
이 과장은 말했다.

그러나 그는 상품개발 업무를 천직이라고 믿고 있다.

상품개발은 정해진 틀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처음부터 시작
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그대로 반영되는 매력이
있다.

이 과장은 상품 개발을 황금분할에서의 금긋기 작업이라고 말한다.

자체적으로 완벽한 구조를 갖춰야 할 뿐 아니라 회사와 고객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그의 소망은 휴머니즘에 입각한 최고의 히트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 신용평가 ]

조민식 한국신용평가정보 금융팀장은 신용평가기법을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와 대학원을 나와 "외국물"이라고는 안먹어 봤지만 실무
경험과 공인회계사로서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국내 평가시스템을 한단계
발전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해 금융감독위원회가 55개 퇴출기업을 선정할 때에는 서울은행에
심사역으로 파견나가 기업의 운명을 결정짓기도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채권싯가평가제도 역시 그가 참여하면서 급진전되고 있다.

그는 재벌들이 내년부터 적용할 결합재무제표를 이미 10년전에 개발해 냈다.

최근에는 금융기관들에 대한 신용등급을 발표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자산유동화증권(ABS)의 평가를 위한 기법개발도 주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투신사 펀드나 뮤추얼펀드 등의 안전도를 평가해 주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 신용금고 ]

류병교 이천상호신용금고(경기) 영업부 차장은 금융기관 처음으로 지리정보
시스템(GIS)을 마케팅에 도입했다.

이천시내 중심상권에 있는 4천5백여개 점포가 이천금고 컴퓨터에 입력돼
있다.

번지만 입력하면 점포가 어떤 위치에 있고 그 곳에 몇명이 살고 있는지,
주변에 이천금고와 거래하는 고객은 몇명이나 있는지 등이 시각적으로
나타난다.

이천금고 영업부는 이같은 정보시스템을 바탕으로 중심상권을 13구역으로
세분화한 뒤 91년부터 고객확보에 나섰다.

지리정보시스템을 활용해 확보한 예금만 현재 3백억원 정도.

이천금고의 총수신고는 1천1백억원으로 은행 지점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은행지점의 수신고는 7백억원 수준이다.

지리정보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91년엔 4천5백개 점포중 이천금고 고객은
4%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22%에 달하고 있다.

류 차장은 신용금고업계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통합금융정보시스템
구축 실무위원장도 맡고 있다.

금고마다 제각각인 업무처리 방법이나 통장 등 서식을 통일시켜 주는
작업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