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지난해말 "그랜저XG"를 선보이면서 대형차분야에서도 이제
세계적인 업체와 충분히 경쟁할수 있다고 선언했다.

현대자동차의 이같은 자신감에는 개발과정이 종전과 크게 달랐던 것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대는 이 모델 개발에 3차원(3D)모델링 방식을 도입, 시작차(시험제작모델)
대수를 3분의2로 줄였다.

지금까지 신차를 개발할 때 실제 완성차와 거의 비슷한 시작차를 보통
2백여대 만들었다.

시작차 한대를 만드는데 대략 1억원정도 들어가므로 현대는 3차원모델링
기법을 도입해 수십억원의 시작차 제작비를 절감했다.

3차원모델링을 활용함으로써 개발기간도 크게 줄였다.

이전 모델인 그랜저의 경우 설계에서 양산까지 34개월정도 걸렸으나
이번에는 25개월만에 끝냈다.

무려 9개월을 단축한 것이다.

세계적인 자동차회사인 도요타도 이 기간이 평균 30개월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가 이처럼 제작비용 및 시간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은 부품업체및
공장과 본사를 디지털 네트워크로 연결, 설계부터 모델링 금형제작 부품개발
생산 등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동시에 진행했기 때문.

설계실에서 컴퓨터로 설계하면 동시에 공장에 있는 공작기계가 금형을
만들고 고칠 부분이 생기면 컴퓨터로 간단히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LG유통은 최근 국내 처음으로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입찰"을 실시,
소모품을 조달했다.

여러 납품희망업체들이 각자의 컴퓨터를 통해 납품가격을 적어낸후 이중
가장 낮은 가격을 적어낸 업체에 낙찰 자격을 주는 방식이었다.

11개 업체가 참여한 이번 입찰을 통해 LG는 기존방식의 평균 낙찰가보다
1억2천여만원 이상의 절감효과를 보았다.

인터넷이 기업의 비즈니스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업간 물품구매 및 유통, 고객 서비스, 재고관리, 유지보수 등 모든 분야에
인터넷이 파고들고 있다.

인터넷은 기업뿐만 아니라 고객에게도 큰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안에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기업간 전자상거래
규모가 연간 3천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터넷과 정보기술의 만남은 기업의 경영혁신으로 연결되고 있다.

LG유통의 사례에서 처럼 인터넷은 기업의 구매비용을 크게 줄여주고 있다.

여러 납품업체를 인터넷으로 연결, 물품을 구입함으로써 서류업무를 대폭
줄일수 있다.

더 많은 업체를 접촉해 싸고 우수한 제품을 고를수 있으며 시간도 크게
절약된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 96년부터 인터넷을 이용한 구매시스템(TPN)을
구축, 자재 수발주 업무를 인터넷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부품조달과정에 보다 많은 공급자를 참여시켜 예전에 비해 훨씬
싸고 우수한 제품을 고를 수 있게 됐다.

이 시스템 도입으로 인건비를 30%나 줄였고 구매가격을 평균 20% 절감할수
있었다.

GE는 2000년까지 5억~7억달러의 경비절감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수요에 맞춘 적절한 제품공급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완제품 재고를 최소화할 수 있어 기업의 금융비용도 크게 절감된다.

IBM은 지난 96년 인터넷 재고관리시스템(APS)을 도입, 첫해에 재고를 40%
(약 5억달러)나 줄였다.

그러면서도 판매량은 오히려 30% 늘어났다.

생산과 마케팅 구매부서 사이에 전자적인 정보교환이 이뤄져 수급변화에
대한 분석이 생산계획에 곧바로 이어진 결과다.

현대자동차의 사례에서 보듯이 제품의 생산주기(라이프사이클)를 크게
단축시킬 수 있는 것도 인터넷의 강점이다.

제조와 관련된 조직이 전세계 어디에 있든 인터넷을 통해 하나로 연결된다.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설계한 자동차를 이튿날 인도에 있는 공장에서 만들
수도 있다.

크라이슬러 포드 제너럴모터스(GM)와 12개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지난 94년
공동제조조립단(MAP)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부품을 발주 공급하는데 걸리는 기간을 4~6주로 줄였다.

MAP는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더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원활한 정보유통 덕분에 그 기간을 2주로 단축시키고 불량률도 72%나 줄인
것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정보기술이 빚어내는 혁명의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적은 영업비용으로 새로운 고객을 창출해 낸다.

고객서비스의 효율성은 보다 높아진다.

보잉은 96년말부터 판매할 부품목록을 웹사이트에 올려 놓고 주문을 받고
있다.

지난해 인터넷을 통한 부품 판매량은 한해전보다 20% 늘어났다.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는 96년 소비자와의 인터넷 정보유통망을
갖추면서 고객서비스 비용을 1억2천5백만달러나 줄였다.

제품소개와 애프터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처리함에 따라 자원과 시간을
절약하면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기술 혁명은 기업의 인력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집에 있는 가상사무실에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어 사무실공간을 줄이면서
우수한 인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은 이같은 혁명이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다는 판단아래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유엔국제상거래위원회(UNCITRAL)와 협력, 보다 향상된 세계 인터넷거래
표준을 설정하는데 앞장섰다.

전자상거래에 대해 차별적인 세금을 물리지도 않는다.

상무부가 지난해 내놓은 "떠오르는 디지털경제" 보고서는 "지구촌 전자
상거래 기본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이 계획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터넷 상거래에 따른 일체의 세금과 정부규제를
없애자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앨 고어 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터넷 상거래 촉진위원회"
를 구성, 전자상거래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을 바탕으로 정보기술과 통신기술이 융합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변화와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정보기술 혁명에 뒤질세라 유럽과 일본 등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양준영 기자 tetri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