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기업의 디자인 경쟁력이 가장 뛰어난 곳은 일본.

우리 기업의 디자인 경쟁력을 1백으로 잡았을 때 일본 기업들의 디자인
경쟁력은 1백40에 이른다.

일본의 이같은 경쟁력은 디자인에 쏟아붓는 그들의 정열을 볼 때 이해할 수
있다.

지난 60년대 일본에선 산업 디자이너들의 자살 사건이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되곤 했다.

산업디자인에 승부를 건 기업들로부터 독창적인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견디지 못해서다.

일본 소니사가 워크맨으로 한 시대를 풍미할 수 있었던 것도 디자이너가
제시하는 허무맹랑한 발상을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기술자들이 숱한
골머리를 앓을 수 밖에 없는 기업 문화에서 나왔다.

이같은 일본기업의 디자인 마인드는 90년대 중반 일본전자업계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샤프사의 비디오 카메라 "액정뷰캠"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제품의 디자인 주역인 샤프 종합디자인본부는 상품의 컨셉트를
결정하는데만 꼬박 3년이 걸렸다.

단순히 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샤프사의 디자인 경쟁력의 원천은 아니다.

샤프는 사장직속의 종합디자인본부외에 각사업본부별로 별도의 디자인
센터를 두고 있다.

전사적인 디자인 총력 태세를 갖췄다는 것이다.

지난 92년 첫 출시직후 일본내 디자인 관련 상을 10여개나 받은 이 제품
덕에 샤프는 마쓰시타를 제치고 소니에 이어 2위 메이커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일본과 함께 세계 산업디자인의 선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다.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 취임이후 디자인진흥과 디자인 품질국을 별도로
설치, 디자인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디자인 기술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의 20%까지 면세혜택을 주고 있다.

또 국립예술재단(NEA)의 기금을 활용해 개인에겐 2만5천달러, 단체에겐
5만달러까지 지원하고 있다.

미국산업디자인협회(IASA)에서는 디자인 교육기관 평가등을 통해 디자이너
양성교육의 수준 향상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 80년대부터 "제2의 산업혁명"으로 강력한 디자인 진흥책을 실시하고
있는 영국도 중소기업이 디자인 컨설턴트를 활용하는 경우 비용의 50%까지,
대기업의 경우 3분의 1까지 지원하는등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다.

또 디자인의 중요성을 일반에게 확산시키기 위해 영국디자인상(BDA)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영국은 특히 최근 토니 블레어 총리 취임후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국가로의 변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블레어 총리와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런던에서 열린 제2차 ASEM회의
에서 "디자인 챌린지"인터넷 웹사이트 개통식에서 양국 디자인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키로 합의한 바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