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옥희(43)가 수년전 슬럼프에 빠졌을때다.

그녀는 경미한 교통사고로 발목을 다쳤었다.

골프도 안되는데 발목마저 시원치 않으니 마음이 착잡할만 했다.

그녀는 목표를 크게 내려 잡았다.

"내 컨디션으로 보아 스코어가 좋을리 없다. 우승은 생각지도 말고 그저
커트만 통과하자. 객관적으로 볼때 나는 커트만 통과, 경비만 건져도 다행
이다"

그런데 그후부터 스코어는 의외로 좋게 나왔다.

산전수전 다 겪은 몸이라 기본은 돼 있는 법.

욕심없이 치니 커트는 물론 바라지도 않던 상위권 진입이 이뤄졌다.

그때의 경험이 "한층 성숙된 골프를 만들었다"고 본인은 말한다.

40대의 나이에도 불구, 요즘 "우승근처 골프"가 나타나는 것도 그같이
"한차원 다른 골프접근"에 기인할 것이다.

<>구옥희의 경험은 아마추어들도 이해한다.

"정말 잘쳐 보겠다"고 다짐했을때, 또는 "이번만은 라이벌을 이기겠다"고
했을때 골프가 잘된 날은 별로 없다.

스코어가 좋은 날은 "담담히 나갔을때"이다.

스윙이건 퍼팅이건 워낙 안되는 싯점이라 스코어를 "포기하고"쳤을때
골프는 생각외로잘되는 날이 많다.

겨울에 전혀 연습이 없어 몇달만에 채를 잡았는데도 "그러러니"하니까
승자가 됐다는 골퍼도 있다.

스코어를 좌우하는 것은 물론 스윙이다.

위와같은 현상이 기술적으로 어떻게 스윙과 연결되는지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맘 편히 치면 스윙이 평온해 질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자신의 스윙리듬이 지켜지고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 과정이 바로 미스샷 확률을 낮출 것이다.

퍼팅역시 2퍼팅만 목표로 조심스럽게 치면 집중력이 생긴다.

조심스럽게 퍼팅한다는 것도 서두르지 않으며 천천히 거리만 맞추는 형태가
된다.

<>주말골퍼 1백명중 99명은 언제나 베스트스코어만을 목표로 출정한다.

그리고 "뜻대로 안되는 골프"에 늘 실망하며 돌아선다.

골프의 논리는 코에 걸면 코걸이 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

"목표를 세워놓고 적극적으로 매진하라"는 논리도 있지만 골프가 항상
만족스럽지 못했다면 방법을 바꿔 볼수도 있다.

이번 주말엔 그저 담담히 치면 어떨까.

< 김흥구 전문기자 hkgolf@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9일자 ).